현대重·STX조선 4만마리 삼계탕·매주 수박 1000통 제공대우조선·포스코 얼음재킷·점심시간 연장 등 건강 챙기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조선ㆍ철강 등 제조업 사업장들이 예년보다 빨리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작전에 돌입했다.수만평 부지에 내리쬐는 햇살에 데워진 콘크리트, 철재 선박 구조물에서 나오는 열기, 고로와 용접작업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바람까지 맞으려면 건장한 직원이라도 감당하기 힘들다.특히 무더위는 직원들의 안전사고 발생률도 높이기 때문에 각 사업장들은 직원들의 체감온도를 1도라도 낮추고자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조직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복날 삼계탕 4만마리= 무더위를 이겨내는 비결은 역시 먹거리인 보양식이다. 조선소와 제철소들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을 복날은 물론 수시로 점심시간에 특식을 제공하는 데 그 양이 엄청나다.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만 놓고 봐도 협력사 직원을 모두 합쳐 4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다 보니 삼계탕을 내놓을 때 기본적으로 생닭이 4만 마리나 되고, 인삼ㆍ대추ㆍ마늘 같은 양념도 12t이나 필요하다. 전 업계 사업장을 놓고 볼 때 복날 하루에만 수백만 마리의 닭이 소요되므로, 생닭 조달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여기에 초계탕, 장어국과 같은 전통 보양식은 물론, 한방돈갈비찜, 삼겹살마늘구이과 같이 체력증진에 도움이 되는 음식, 냉모밀소바, 삼선짬뽕 등 별식까지 다양한 메뉴로 여름 식단을 구성해 직원들의 입맛을 북돋워주고 있다.작업시간 틈틈이 간식도 내보낸다. STX조선해양 진해 조선소는 여름이 끝나는 오는 8월까지 매주 수박 1000통을 구입해 하루 전에 냉장해 사원들에게 나눠준다. 직원들이 쉬는 오후 3시경에는 보양 미숫가루를 제공하는데, 휴식시간에 맞춰 시원한 미숫가루와 수박을 한군데도 빠짐없이 전 사업장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담당직원은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뛰어다녀야 한다.◆에어쿨재킷에 스팟쿨러까지= 쇳덩어리로 밀폐된 배 안에서 보호복을 입고 용접을 해야 하는 조선소는 철판이 복사열을 받으면 섭씨 80도에 달하며, 오전에 이미 직원들의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뛰어 넘는다.따라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은 현장 직원들에게 '에어 쿨 재킷'을 지급한다. 에어 쿨 재킷은 옷에 선풍기를 달아 몸의 땀을 증발시켜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안전모 안에 붙일 수 있는 헤어밴드와 스포츠 타월을 지급한다.각 선박 건조 현장마다 차양막을 걸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현장용 옥외 에어컨인 스팟 쿨러(Spot Cooler)를 설치해 배 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어준다. 스팟 쿨러로도 열기가 식혀지지 않는 깊숙한 작업 공간에는 7000여대의 선풍기가 보급된다. 작업장 주변을 중심으로 냉수기와 제빙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현장 사무실을 중심으로 에어컨을 가동해 놓고 땀을 식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휴식시간도 평소보다 늘렸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중순부터 기온이 28.5도(대우조선해양은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32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한다.1600도가 넘는 고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제철소 직원들에게도 더위는 만만찮은 상대다. 포스코 포항ㆍ광양제철소는 고로 주변 작업 인원의 교대시간을 단축하고 작업장 곳곳에 제빙기를 설치했다.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옥외 작업장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냉풍기를 설치해 열기를 식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얼음팩이 달려있는 '얼음 재킷'이나 얼렸다가 목에 두르면 시원한 냉기를 느낄 수 있는 '쿨 스카프' 등을 제공하며, 땀을 많이 흘리는 직원들을 위해 작업장마다 식염 포도당도 비치했다. 무더위가 본격화 되면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작업장을 순회하면서 더위에 지친 직원들의 건강을 점검하며, 작업장내 생활관 시설을 개방해 더위에 지친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더운 여름철에는 작업장내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직원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면서 "체력 유지 및 보완을 위해 다각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으며, 더위에 대비한 안전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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