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기자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K에너지 IR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조만간 여의도 63빌딩에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참석해 달라는 내용. 간담회를 주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었다.지난 7일 오전 11시부터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SK에너지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는 40여명의 애널이 총 출동했다. 구 사장이 애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 것은 취임 이래 처음일 뿐더러 정유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다.구 사장은 이날 두어시간에 걸쳐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다소 부담이 되는 질문이 아니라면 성실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와 화학 사업 분사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기 때문이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사가 확정되고서부터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부정적 반응이 나타났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환기시키려는 CEO의 의도가 담긴 자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구 사장은 내년 1월 석유ㆍ화학 사업 분사에 대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분할을 결정한 배경부터 계획 중인 분할의 진행 과정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우선 석유ㆍ화학 사업은 예상대로 물적 분할한다. 이사회는 오는 10월로 예정했다. 새로 출범할 두 개의 법인은 잔존 법인이자 중간 지주사가 되는 SK에너지 밑에 놓이게 된다. SK에너지는 해외 자원 개발(E&P)과 신규 사업, 연구ㆍ개발(R&D)의 세 축을 맡게 됐다. 석유와 화학 사업을 하는 신설 법인은 합작이나 지분 매각 등의 형태로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키우고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구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유연성을 개선하고 독자 경영으로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독립 경영 체제를 고수하는 엑슨 모빌과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GE를 롤 모델로 삼고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구 사장은 분할에 앞서 분할 법인체에 대한 재무 부담을 완화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비상장사로서 향후 글로벌 투자 자금을 보다 원활히 유치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EO가 직접 나서 이례적인 간담회를 연 것은 기업 변신에 대한 자신감을 표한 것으로 그간의 시장의 우려를 신뢰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