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대표 공식배지로 한국 알려요'

"27년 외길...중국산에 밀려도 포기 못해"대한축구협회 공인제품 생산

▲국가대표 축구팀의 사인이 새겨진 배지 선물세트를 들고 있는 배문숙 전진메달 대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조그맣다고 무시하면 안돼요. 배지를 만들어서 돈도 벌고 자식도 키웠죠. 이제 월드컵 배지도 나왔으니 예전처럼 열띤 응원을 기대합니다."상패ㆍ휘장 제작업체가 몰려있는 종로3가 뒷골목, 20여평 공장에 사무실 한 칸을 둔 전진메달 배문숙 대표(52)와의 인터뷰 내내 '쿵쿵쿵' 금형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배 대표는 27년 전 작은 휘장업체를 인수해 지금까지 직원 7명과 함께 상패, 배지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작은 규모의 업체지만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식 배지를 생산한다.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 유니폼을 본 떠 디자인한 배지 생산에 여념이 없다. 박지성 등 대표선수 모두의 등번호가 새겨진 배지다. 전진메달은 지난 2002년과 2006년에도 기념 배지를 생산했다.배 대표는 "우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배지를 생산하는 업체"라며 "쉽게 달고 다니는 배지여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고 기술력도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이 배지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인증한 공식 기념 배지로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기념해 선물용 세트로도 판매한다. 일반 배지는 전량 주문으로 소량 생산되는데,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대량 주문을 받았다. 배 대표는 "평소엔 배지를 많이 주문해도 2만개 가량에 불과하지만, 월드컵 배지는 지금까지 약 30만개 가량 생산했다"고 전했다.
배 대표는 종로3가내 휘장업의 역사를 모두 꿰고 있는 안방마님이다. 평소에는 각종 체전 메달과 대학교 배지 등을 만든다. 최근에는 대종상 영화제 트로피도 만드는 등 업계에서는 나름 '유명기업'이다.배지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거치는 과정은 모두 8개 단계다. 먼저 배지를 디자인하고 금형을 찍어 모양을 낸다. 모양에 따라 자르고, 핀을 붙인다. 마지막 도금과 도색 작업을 끝마치면 하나의 배지가 완성된다. 전 과정은 세심한 집중력과 기술력이 필요해 숙련된 기술자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최근 주문량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걱정이 생겼다. 그는 "물량이 많으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대부분 주문을 한다"며 "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배지를 수출했었는데 이제는 역전됐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배 대표는 배지 생산을 가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다.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비전도 희박하지만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에서다."배지는 저에게 자식보다 나은 효자죠. 특히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커다란 행사의 공식 배지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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