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정부가 은행 선물환 거래에 메스를 들었다. 급격한 해외 자본 유출입을 막고 역외 투기 세력에 의한 금융시장 혼란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종전에 현물환, 선물환을 합쳐서 자기자본의 50% 규모로 한정했던 '종합포지션 제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선물환 거래 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투기성 NDF거래를 막고 역외 투자자들의 과도한 거래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및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선물환 거래를 외은지점들이 받아줄 수 없게 되면 업체 헤지 물량 정체는 물론 스왑시장의 왜곡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외은 지점들 "스왑 북 해외로..헤지 대책 마련해야" 외국은행 지점들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다. 선물환 거래 규제시 스왑 시장에서의 거래 규모 축소는 물론이고 해외 지점으로 스왑북을 넘겨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은지점 대부분이 자기자본 규모가 작다. 2008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은지점 자기자본은 HSBC(2조759억원), JP모건 체이스(8689억원), ING(6912억원)을 제외하면 1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외은지점들의 외환거래 규모는 올 1·4분기 기준으로 일평균 248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일평균 국내 외환거래량 479억4000만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자기자본에 맞춰 선물환 거래규모를 제한하게 될 경우 외은지점의 동요는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외은지점은 기존 거래 규모를 급격히 줄여야 한다. 그동안 금리 재정거래 차익을 누려왔던 외은지점들이 스왑북을 대거 해외 지점으로 넘기게 될 경우 대량의 외화 유출도 불가피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스왑 담당자는 "은행권 선물환 규제가 나올 경우 외은지점들로서는 국내 거래 유인이 줄어 스왑북을 축소하는 방안을 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스왑 시장에서 바이앤셀이 속출하면서 매수 공백이 발생하게 될 수 있어 이를 당국개입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자기자본 규모가 있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외은지점 중에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곳들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서울 지점이 하는 거래하는 대신 본점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등록을 하고 들어와서 할 경우 비즈니스가 서울에서 역외로 옮겨지고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왑 딜러들 "스왑마진 저평가 지속, 시장 왜곡 심화될 것"외환시장에서는 은행권 선물환 거래를 규제할 경우 조선업체를 비롯한 업체 선물환 매도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어 시장의 왜곡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왑포인트 하락은 물론 추가적으로 단기 차입 금리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선물환 규제를 받게되는 외은지점들이 줄줄이 바이앤셀에 나설 경우 스왑포인트 추락을 막기 위해 결국 당국이 개입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스왑 시장에서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취약해질 가능성도 높아 스왑마진 저평가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스왑 마진이 많이 밀리면 단기 금리가 급격히 올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비거주자 채권투자가 늘면 이 역시 외채로 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은행권 선물환 규제안을 시행하기 앞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도 고심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시장 충격이 없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유예기간을 둔다든지 각종 충격 완화를 위한 대책이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환시장 "주식,채권 열어두고 외환시장만? 효과 의문"선물환 규제에 따른 역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하다. NDF시장에서 국내기관(시중은행 및 외은지점)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어 역내 환율과 역외환율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내외 환율이 다르게 형성될 경우 이중 가격에 따른 부작용이 올 수 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외국 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입 규제를 외환시장에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식, 채권시장이 100% 개방된 상태에서 외환시장만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외환딜러는 "주식, 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해외 자본이 외환시장에서도 투영되는 것일 수 있다"며 "외환시장만 규제한다고 해서 단기외채 축소, 투기자본 규제 등의 목적이 달성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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