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금융시장의 속성상 때때로 손실이 발생하게 마련이죠." 데이비드 비니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의회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문제의 부채담보부증권(CDO)에서 발생한 손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사기가 아니라는 해명이었다.비니어의 말대로 '시장의 속성상' 투자자나 금융회사가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는 날이 있으면 손실을 보는 날도 있게 마련이다. 1분기 월가 투자은행(IB)의 '퍼펙트게임'이 수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그리고 JP모건의 트레이딩룸은 1분기 단 하루도 손실을 내지 않았다. 실적도 대단했다. 골드만삭스는 35거래일 동안 1억달러 이상 벌어들였고, JP모건은 하루 평균 1억18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시장의 속성상, 트레이딩룸의 실적은 정규분포 곡선에 가까운 그래프를 그리게 마련이다. 내부자 정보나 그밖에 '꼼수'를 부리지 않는 한 쪽박과 대박이 터지는 예외적인 거래일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기간은 시장 평균 내외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실제로 골드만삭스의 2003년 거래 실적은 정규분포 곡선과 거의 일치했다. 손실 폭이 2000만달러 이상이거나 이내인 거래일이 각각 20일 내외였고, 수익이 8000만달러를 웃돌거나 6000만~8000만달러인 거래일 역시 20일 내외였다. 2000만~4000만의 수익을 올린 거래일이 약70일로 가장 많았고, 0~2000만달러와 4000만~6000만달러가 50거래일 내외였다.반면 2009년 골드만삭스의 성적표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우상향의 그래프를 연출했다. 1억달러 이상 대박을 올린 거래일이 약130일로 압도적이었고, 수익이 5000만~7500만달러와 7500만~1억달러인 거래일이 각각 30일 내외였다. 약 40거래일 동안의 수익은 2500만~5000만달러였고, 2500만달러 이내의 손실을 낸 거래일은 10일에 불과했다. 손실폭이 2500만~5000만달러 또는 5000만~7500만인 거래일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정규분포와는 거리가 멀었다.경이로운 '퍼펙트게임'을 펼친 월가에 축포는 없었다. 오히려 미 의회와 감독 당국의 규제를 강화하는 빌미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4개 IB는 한결같이 말을 아꼈지만 이른바 '프랍(proprietary trading, 자기자본거래)'이 전례없는 실적의 비결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그럴듯한 추리다. 2008년 가을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월가 IB는 금융 지주회사의 입지를 갖췄다. 구제금융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저금리 대출이라는 두 가지 특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준이 제공하는 대출 금리는 JP모건이 평균 0.08%에 불과했고, 골드만삭스(0.45%)와 BOA(0.52%)도 사실상 제로금리였다. 골드만삭스의 무보증 장기채 평균금리는 1.42%로 코카콜라 장기채(5.3%)의 30%에도 못 미친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만 보면 정부의 구제금융(TARP)과 양적완화로 금융시스템이 복원된 듯하지만 정작 월가 IB는 연준의 특혜로 '땅 짚고 헤엄친' 셈이다.황숙혜 기자 sno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황숙혜 기자 snow@<ⓒ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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