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캠핑폐인'김산환 지음/ 미래인 펴냄/ 1만3000원 '캐내디언 로키'의 저자 김산환이 최근 자연과 사람을 테마로한 포토 에세이를 발간했다.'캠핑폐인'이라고 명명한 이 책은 강원도에서부터 해남 땅끝마을을 거쳐, 제주도 우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자연의 사계(四季)를 담아냈다.15년 동안 여행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을 여행했던 그가 이제는 '캠핑'을 하자고 외치고 있다.그가 '캠핑'을 선택한 이유는 자아에 대한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탈을 위해 꿈꾸는 여행이 그는 그저 직업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흥도 적었고, 그저 책이나 기사를 팔아먹기 위한 여행이 됐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이 그를 여행전문가가 아닌 캠핑 전문가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캠핑은 단지 자연이라는 잘 차려진 세트에서 편히 먹고 마시고 떠드는 일회성 소비 여행이 아니다. 단지 그뿐이라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캠핑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저자는 캠핑을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일탈하는, 잃어버린 야성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책에서도 그런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남자는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 깨어난다. 자신의 DNA에 숨겨져 있던 야생의 본능이 살아난다. 이 사회가 자신에게 씌운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려고 든다. 남자가 휘두르는 망치는 그를 구속하고 주눅 들게 하는 이 시대를 향한 것이다.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게 만든 잔인한 사회를 향한 시원한 돌팔매질이다. 그런 강건한 사내의 의지는 아내에게 새삼 남편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는 더 이상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다. 온종일 구들장만 지고 있는 피곤한 중년이 아니다. 음식을 타박하고, 현실을 푸념하는 쩨쩨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는 든든한 울타리처럼 보인다. 세상사의 거센 파도가 덮쳐도 능히 이겨낼 것처럼 보인다. 텐트에 실루엣으로 비친 사내를 보라. 그는 당당하다. 그는 장수처럼 우람하다. 일찍이 그렇게 늠름한 아빠를, 남편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부제를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로 지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각박한 사회생활이 파시스트적 속도전의 세계이자 죽임의 길이라면, 캠핑은 느림의 세계이자 살림의 길이다. 자연을 벗 삼아, 그 품에 안겨 생활하는 가운데, 우리는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인으로서의 존엄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이 험난한 생을 살아갈 힘을 재충전하게 된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장비를 일체로 갖춰야만 캠핑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전문가의 녹록치 않은 이력이 흠씬 묻어나는 빼어난 글과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먼 곳으로 떠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강승훈 기자 tarophin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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