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仙女 '옷이 날개랍니다'

승무원 유니폼의 세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본항공(JAL)의 '승무원 유니폼'이 인기검색어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한때 세계 3위 수준까지 올라갔던 일본항공이 몰락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승무원들이 유니폼을 거래할 것이란 기대때문이었다. 거래 자체가 불법인 일본항공의 승무원 유니폼은 섹스시장에서 최고 인기 품목 가운데 하나다. 이전에도 도난당한 승무원 유니폼이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걸 되산 적이 있는 일본항공으로서는 항공사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마련한 상태였다. 전 세계 모든 일본항공 유니폼에 일련번호를 매기는가 하면 정식으로 퇴직한 직원들에게서 유니폼을 회수할 정도였다.

에미레이트항공 객실 여승무원.

다른 항공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승무원들이 항공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승무원 유니폼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하나의 패션으로까지 자리 잡은 각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을 분석해 봤다.대한항공·아시아나 활동성에 중점 단아한 이미지저가항공 도시적 세련미·외항사 전통의상 모티브

대한항공 여승무원.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활동성·이미지 우선" = 국내 양대 민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유니폼은 비슷한 콘셉트로 제작됐다. 승무원이 몸을 움직이는 데 전혀 제약을 주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바로 그것. 비행기 승무원의 존재 이유가 비상 시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것인 만큼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활동성에 중점을 뒀다는 게 항공사측 설명이다.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 도입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유니폼은 민간항공사로 전환한 후 11번째 작품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탈리아의 3대 디자이너 가운데 1명인 지안프랑코 페레가 제작해 당시 화제를 모았다. 항공사 유니폼으로는 처음 디자인을 맡은 그는 작업 후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고 전했다.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유니폼은 지난 2003년 도입됐다. 울과 울니트 등의 편안한 소재로 제작됐으며 색상은 회색톤과 갈색톤을 기본으로 해 색동무늬 문양을 넣은 게 특징. 총괄 디자인은 영국 출판사 파이돈이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패션인 50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디자이너 진태옥 씨가 맡았다. 진 씨는 "유니폼의 키워드는 '기능'과 '부드러움'"이라며 "유니폼 역시 적절히 유행을 타야 하며 세련된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 "항공사 콘셉트, 유니폼에도 적용" =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비용 최소화'를 앞세우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유니폼 제작에 공을 들였다. 부산을 연고로 둔 에어부산의 유니폼은 국내 대표 여성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기존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활동성과 실용성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승무원뿐만 아니라 공항직원 유니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제일 먼저 고객을 맞는 역할을 지상직 승무원들이 하기 때문이었다. 지훈희 미스지컬렉션 대표는 "도시적인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실루엣과 밸런스를 강조하고 전체적으로 젊고 발랄한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의 유니폼은 도입 당시 파격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젊은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바지와 티셔츠, 캡모자와 캔버스화가 정식 유니폼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특히 이들이 입는 청바지는 '세븐진'으로 알려진 세븐포올맨카인드라는 수입 고가 브랜드라는 게 알려지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청바지는 시중 한벌당 가격이 30만~40만원 정도다.이스타항공은 유니폼을 제작하면서도 원가절감을 추구했다. 2008년 창립 당시 업계의 관행을 깨고 사회적 기업인 MK패션산업협회를 통해 '참 신나는 옷'이라는 업체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흔히 말하는 동대문 상가에게 주문했던 것이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은 당시 이같은 결정에 대해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스타항공 유니폼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외항사 "각국 특성 맞춰 최적화" = 싱가포르항공은 객실 여승무원을 '싱가포르 걸'이라고 부른다. 정복 차림보다는 전통의상 같은 느낌을 주는 싱가포르항공의 유니폼은 실제로 '사롱 케바야(sarong kebaya)'라 불리는 전통의상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에르 발만이 직접 디자인했다.

싱가포르항공 객실 여승무원.

두바이 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역사상 최대 항공기라 불리는 A380을 도입하면서 유니폼을 전면 교체했다. 새 유니폼은 에미레이트 항공 내부 조직과 영국의 유명한 유니폼 공급 업체인 사이먼 저지(Simon Jersey plc.)사가 함께 디자인했다. 여승무원이 착용하는 빨간 모자와 베이지색 가두리 장식이 인상적인데 각각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과 사막의 바람을 상징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홍콩에 연고를 둔 캐세이패시픽항공의 현재 유니폼은 홍콩 출신 디자이너 에디 라우가 디자인해 2005년 이후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콘셉트로 하면서 객실 여승무원의 경우 슬림한 디자인에 동양적인 매력을 강조했다. 다른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수월한 게 특징으로 원피스와 재킷 대신 블라우스, 재킷, 치마로 구성된 쓰리피스 형식이다.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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