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컨버터블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의 독주..저속 주행 중 컨버터블 작동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를 생각해보면, 직접적인 경쟁자가 없는 부러운 위치에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2+2 모델들과 달리, 그란카브리오는 제대로 만든 4인승 컨버터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다른 정통 럭셔리 4인승 컨버터블로는 훨씬 비싼 벤틀리 컨티넨탈 GTC가 유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세라티의 차체가 더 길다.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란카브리오는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쿠페에 세 가지 버전이 있는 것과는 달리 컨버터블은 4.7L 자동 모델뿐이다.컨버터블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꼽자면 스타일링을 들 수 있는데, 그란카브리오는 그 점을 제대로 노렸다. 이 가격대에서 으레 기대하듯, 직물제 지붕은 완전 자동이다. 접어 넣는 데 28초가 걸리고 저속주행 중에도 작동할 수 있다.탑승 공간 앞쪽은 고급 소재에 매력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져, 실용성 면에서 쿠페와 똑같다.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성공적이지만, 한두 가지 인간공학적인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좌석은 완벽한 편안함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뒤쪽에는 쿠페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독립된 좌석이 있지만, 지붕 가동구조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앞쪽으로 당겨지고 높아졌다.
그란카브리오에 보통 몸집인 네 명의 어른이 앉을 수 있다. 하지만 뒤쪽에 앉은 사람들은 오랜 여행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딱 알맞을 정도의 무릎 공간이 있지만, 키가 큰 탑승자들은 다리를 벌리고 앉아야 할 뿐 아니라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는 머리 공간이 빡빡하다.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의 세련미는 전반적으로 좋은데, 뒤쪽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매우 작은 때문이다. 지붕을 내린 상태에서 바람이 휘몰아 쳐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로 뛰어나지만 솟아오른 뒷좌석의 바람막이는 부족하다.그러나 그란카브리오의 4인승 투어링 모델로서의 든든함에 한계를 긋는 것은 세련미도, 실내공간도 아닌 짐 공간이다. 지붕과 추가된 비틀림 방지구조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짐 공간의 크기는 초라한 수준인 173L로 작아진다.그란카브리오의 동력성능은 쿠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구조적 강성을 위해 마세라티가 힘을 쏟았다는 증거다. 접지력과 함께 전반적인 균형은 뛰어나지만 그란카브리오는 줄곧 무거운 차라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도 거의 2톤에 가깝다.
어댑티브 스카이훅(Adaptive Skyhook) 서스펜션은 기본이고, 큰 요철에도 안락함을 잃지 않으면서 적절한 민첩함을 주어 제 역할을 한다. 차체 비틀림은 매우 적지만, 그란카브리오는 날카로운 충격에 흔들리고 비틀리는 데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다른 어느 대형 컨버터블보다 나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그란카브리오는 상당히 빠르다기보다는 상쾌하게 달리는데, 449마력 및 49.9kgm의 힘이 4,000rpm 이상에서 나오고 액셀러레이터는 무겁다. 계속 가속해 나가고 싶다면 정말 열심히 엔진의 힘을 북돋워야 한다. 분위기를 타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마세라티는 예를 들어 재규어 XKR처럼 가볍게 회전하며 성능을 높이는 면이 부족하다. 회전수를 높일수록 환상적인 소리를 낸다는 점이 보상이라 하겠다.모든 면에 있어, 그란카브리오는 마세라티의 성공을 입증한다.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경쟁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빠를 수 있었지만(짐 공간을 키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말이다. 그란투리스모의 환상적인 스타일링에 의해 이끌린 사람들에게 이러한 점들이 구입 포기의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사 제공 : 월간 오토카코리아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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