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0대 건설사 총집합시킨 '인천의 파워'

지난 26일 인천시 주최 대형건설사-지역업체 만남의 날 행사 열려..20대 대형 건설사 총 집합해 협력·납품업체 면접..전국 유일 건설경기 활발한 인천의 힘 과시

지난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대형건설사-인천지역업체 만남의날 행사. 사진=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6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종합전시행사장 '송도컨벤시아'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총 집결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도급 순위 20위 안에 드는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인천시의 주선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인천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의 협력사 등록을 위한 '집단 면접'을 보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인천시가 지역 건설산업을 활성화하고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의 상생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으로 마련한 '대형건설사와 협력업체 만남의 날' 행사였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에도 같은 내용의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 열리는 행사다. ▲ 20대 건설사 보기 드문 총 출동이날 행사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건설 등 5대 건설사를 비롯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한 회사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진풍경'을 이뤘다. 참석 건설사들은 5~6명 안팎의 외주구매 분야 실무 직원들을 파견해 이날 행사장에서 협력사 등록을 원하는 인천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특히 국내 1~2위를 다투는 건설사들의 경우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서로 상대방이 참여하는 행사는 피해가는 게 업계의 관행이지만, 이 자리에는 '열외'없이 모두 참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는 이미 올해 협력사 등록 기간이 지나 이날 '만남의 날'에 참가해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주 구매 파트 쪽 실무 직원 4~5명을 파견해 자리를 지켰다. 현장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당초 지난해 7월에 열렸던 같은 행사에 참석했었고, 이미 지난 3월 초에 올해의 협력업체 선정이 마감된 만큼 실효성이 없다며 불참 방침을 세웠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시로부터 재촉을 받고 방침을 바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사진=김봉수기자

▲ 건설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인천이처럼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이날 행사에 총출동한 이유는 뭘까? 건설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인천 지역에서 급속히 늘어난 건설 공사 발주 물량을 이유로 들고 있다. 4대강 공사를 제외하고는 타 지역의 건설 경기가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케한다면, 인천은 공공ㆍ민간 분야의 공사 발주가 대폭 늘어나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라는 것이다.실제 지난해 인천 지역 공사 발주 물량은 14조9000억원으로 2008년 9조7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국 건설발주액의 14.3% 규모로 경기(26조7000억원)와 서울(17조9000억원)에 이어 전국 3위에 해당한다.올해도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ㆍ정부기관 등 인천지역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전체 규모가 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공항 3단계 공사,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송도 신항 등 인천 지역에서 굵직굵직한 공공발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여기에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민간 발주 공사 물량까지 보태면 인천 지역의 올해 총 공사 발주 물량은 지난해 6조4000억원 대에 이른다. 이와 함께 인천시가 최근 6.2 지방선거와 맞물려 부쩍 지역 업체 챙기기에 나선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천시는 원도급율 49%이상, 하도급율 등 각종 장비사용율 60% 이상을 지역 건설업체에 배당한다는 목표하에 지역건설업체에 대한 우대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웬만한 공사의 경우 지역업체를 끼지 않으면 따내기 힘들고, 따낸 공사의 경우도 지역 업체들에게 하도급을 주라는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건설업체들에겐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 그나마 가장 건설 발주 물량이 많은 인천 지역에서 공사를 따내야 하는 만큼 이날 행사 참석은 '당연한'일인 것이다.

사진=김봉수기자

▲ 지역 업체들 '화색'...대형건설업체들도 '만족'대형건설업체 실무 담당자들과 지역 건설업체들을 직접 연결시켜 준 이날 행사를 가장 반긴 것은 지역 건설업체다. 이날 행사엔 미리 등록한 120여개 업체 임직원들 외에도 100여 개의 미등록 업체 직원들도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각 건설업체들의 부스마다 줄을 서서 상담을 기다릴 정도였다. 특히 이날 만난 충호건설 신성욱 이사의 경우 대형건설업체와의 만남의날 행사를 잘 활용해 지난해 40억원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톡톡히 효과를 본 케이스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열린 비슷한 행사에서도 한 지역 종합건설사의 파일기초 시공 공사를 따냈다. 신 이사는 "우리 입장에선 대형 건설업체 직원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인천시가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줘서 너무 좋다"며 "이런 행사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꾸준히 영업활동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대형건설업체 직원들도 일단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건설 자재구매과의 한 직원은 "우수한 협력업체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지역 업체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협력업체 등록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통해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인천에서 많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지역 협력업체 발굴이 절실하다"며 "오늘 같은 기회를 이용해 우수한 협력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선거 앞둔 생색내기 행사ㆍ실효성 논란 및 대형건설사들 강제 동원에 불만도하지만 이같은 좋은 평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엔 7월에 개최됐지만 올해엔 갑자기 3월에 개최돼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또 일부 참가자들로부터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남동공단 소재 한 업체의 임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지만 협력업체로 등록된 건수가 하나도 없다"며 "참가한 대기업 관계자들도 형식적으로 나와 있지 우수 협력업체를 진정으로 찾아 보려고 나와 앉아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분야별로 협력업체들을 다 갖고 있는데 시간 낭비다"라는 불만도 나왔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인천시의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나와 있다. 솔직히 전국을 다 돌아 다녀봐서 잘 아는데 인천 지역 전문건설들의 수준이 낮아서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지만 관급 공사를 따내려니 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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