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성이 둔화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왔다.삼성경제연구소는 1일 선진 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최근 성장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 4가지를 제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의 10년을 비교한 결과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9.6%에서 4.6%로 감소했다.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 평균치는 9.4%에서 8.5%로 낮아졌다.신형원 수석연구원은 "성장 정체가 지속될수록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워져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와 해외 기업의 경우 성장 정체가 4년 연속 발생할 경우 퇴출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글로벌 기업의 주요 산업 10개를 선정해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파악했다. 10개 산업에서 선진 기업 또는 고성장 기업을 선정해서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성장의 목적, 방식, 자원 조달 측면에서 심층 분석했다.우선 성장 목적 측면에서는 외형 규모 확대는 기업의 기본적인 지향점이다.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을 추구한 기업의 퇴출율은 18%로 반대의 경우(36%)보다 낮았다. 더불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이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외부 환경의 변화가 커지자 기업의 변동성도 함께 커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성장 방식 측면에서는 원자재, 부품, 모듈 등과 같은 가치사슬의 상류와 유통, 판매, 운영 서비스 등 하류 부문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 수직적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또 유기적 성장에서 인수ㆍ합병(M&A)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강자 간 연합을 통한 동반 성장을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성장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기업의 꼬리를 잘라가며 성장 자금을 마련하고 있었다.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은 매각을 또한 중시해 2008년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의 10년간 누적 매각 금액은 인수의 58% 수준으로 집계됐다.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주요 산업 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 위치를 유형화한 후 유형별로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유형I(철강 에너지)은 가치사슬의 수직적, 수평적 확대를 동시에 추구해 거인화를 지향하고 사업 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철강과 에너지와 같은 거대 장치 산업은 수급형 산업으로 제품 차별화보다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형II(정보전자 자동차 중공업)는 서비스와 결합해 관계형 사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보전자 자동차 조선 산업과 같은 수출 지향 맞춤형 산업의 특성상 특정 니즈를 가진 고객 집단별로 최적화된 제품을 출시해 전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 일례로 최근에는 구글과 제휴를 통해 3차원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자동차와 IT 산업 간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유형III(제약 식품 유통)은 동시에 추진하기 힘든 양극단의 운영 방식을 조화시키는 패러독스 경영 역량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제약과 같은 확률형 산업은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상용화가 어렵지만 일단 성공할 경우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유형IV(통신 건설)는 대표적 플래그십 모델을 확보한 후 이를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거대 복합 시장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다폰의 경우 M&A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초강자로 등극했으며 텔레포니카 그룹은 남미 거점을 확보한 후 유럽 지역을 역공하는 전략을 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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