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호적 전적 뛰어넘어야 진정한 글로벌 시민'

송호근 교수의 정부 기업 시민에 보내는 새해 화두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김보경 기자]"'내치의 늪(한국적 이슈)'에서 벗어나 '문명의 바다(글로벌화)'로 나가라." 정치와 역사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예리한 필봉을 휘둘러온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13일 던진 올해의 화두다. 그것도 삼성그룹사장단 협의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0 경인년의 사회적 화두'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과거가 이념투쟁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이념 공존의 시대로 가야하며,지금까지 선진국형 제도를 모색해왔다면 이제는 선진국 제도를 구축해아햐고, 우리가 내부지향의 국가였다면 이제는 외향적 국가로 ,한국민에서 글로벌 시민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그는 특히 "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내치의 늪에 빠져서는 안되며,문명의 바다로 나가는 데 삼성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해 관심을 모았다. 삼성그룹 사장단이 사내외 인사를 초청, 강연을 듣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세계 일류 기업 삼성에 '탈각'과 '융복합'을 촉구하고 교육개혁,기업지배구조개선,규제완화 등을 역설한 점은 '더 큰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걸고 올해를 선진 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구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던진 화두는 주목할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4일 "송교수의 강연은 1시간10여분간 진행됐으며,삼성이 문명의 바다에 뛰어드는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송교수는 "그간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이념 전쟁으로 에너지를 분산했고, 정치력이 취약했던 반면, 경제력은 질주했다"면서 "이념의 시래를 지나온 한국사회는 이제는 실용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에 따라 규준은 선진국형 제도구축을,기준은 실용주의, 표준은 글로벌리즘을 각각 제시했다. 송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삼성에 세가지를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적(國籍)으론 한국 기업이었던 삼성은 지구촌 공영에 기여하는 기업이 돼야 하고, 호적(戶籍)으론 중화문명권에서 세계 공용으로 나가야 하며, 전적(專籍ㆍ전공)으론 하드웨어 중심에서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가 결합하는 21세기 융복합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는 "거대 담론을 어떻게 실천할 지는 계열사 사장단들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송교수는 아시아경제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왜 '문명의 바다'를 설파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그는 "'문명의 바다'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우리나라의 세계 전략이 이제는 현격하게 바뀌어야 할 시점이며 중국과의 연대와 동시에 세계 국가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19세기는 중국이 망하고 일본이 일어날 때라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떨어져 나와서 자주독립을 하려고 하면서 일본에 기댔고, 20세기에는 미국에 기대는 게 우리나라의 운명론적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세계 대권을 다시 잡고 있는 단계이므로 우리나라의 문명론적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화권의 일원이면서 독립된 세계국가의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융복합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송교수는 "삼성은 그동안 어플리케이션 드리븐(application-driven)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이는 응용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다.그는 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세련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경제전략인데, 이 패턴은 유효성이 다했다고 단언했다. 그는또한 사회적으로도 이런 시그이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삼성 내부에서도 이익창출하는데 한계점이 도달했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지금은 '이노베이션 드리븐(innovation-driven)'으로 바꿔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즉, 메모리 분야,다시 말해 하드웨어만으로의 성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는 삼성 같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대학도 교육개혁을 통해 창조적 인재를 길러서 기업에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학의 학과와 커리큘럼 대부분이 40~50년전의 것과 비슷하다.이 상태로 산업화에 성공했는데 과연 21세기에더 발전을 할 수 있는 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역시 개혁이 필요하며,학문의 융복합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그는 이에 따라 학문과 학문사이에 항상 움직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며, 실험정신을 가진 대학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입시제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실험에 뛰어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송교수는 교육개혁과 기업규제, 기업내부의 지배구조 문제, 투명성 문제 등 모든 분야의 개혁을 통해서 제도의 퀄리티(품질)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복합이 그 방향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교수는 특히 이웃 중국의 급부상 등 21세기 동아시아의 세력판도를 무시한 채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이라는 내치 명분에 함몰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올해가 경술국치가 100년을 맞는 해이고, 6.25도 60주년이 되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담론을 환기시킬만한 역사적 상징들이 적지 않다"면서 "글로벌리즘으로 가야하는 이때 다시 민족주의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좌파든 우파든 민족주의에 함몰돼 과거로 몰려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경계를 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조건은 국민으로부터 세계시민으로의 변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신에 필요한 것이 '지구촌 공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구촌 공영과 관련해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위상이 커진 만큼, 우리나라만의 이익만을 위해 뛰어서는 안된다"면서 "지구촌 공영에 이바지하는 형태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교수는 이어 "자국의 경제 내에 매몰되면 안되고, 과거에 민족주의를 생각했던 것만큼 비중을 지구촌 공영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교수의 삼성 사장단 강의와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송교수는 세종시와 4대강 논란 등으로 소모적인 논쟁과 국론 분열 등의 '늪'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문명의 바다)으로 나가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더 큰 대한민국, 더 큰 삼성이 되라고 충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2010년을 실질적인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한 해로 삼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선진화 개혁'의 결실을 내겠다는 뜻을 내포한 이명박 대통령의 '더 큰 대한민국'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더 큰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그동안 지원받는 국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후진국을 원조하고 지원하는 국가로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한국형 원조모델을 구축해 국제사회에 우리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전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는 G20정상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으로 삼자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금융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G8에서 G20으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G20의 의장국인 한국이 위기 이후 세계경제 관리체제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합의사항을 조정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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