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차승원 주연의 영화 '시크릿'은 2년 전 개봉한 '세븐데이즈'와 닮았다. 스릴러의 뼈대를 이루는 구성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 비밀을 숨겨놓는 방식 등이 그렇다. 정보가 빠른 관객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두 작품은 윤재구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 '시크릿'은 가제가 '세이빙 마이 와이프(아내 구하기, Saving My Wife)'였고, 원신연 감독이 윤 감독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세븐 데이즈'는 가제가 '세이빙 마이 도터(딸 구하기, Saving My Daughter)'였다. 윤 감독은 '시크릿'을 가리켜 "기본적으로 부부의 감정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 "'시크릿'은 '세이빙'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윤재구 감독은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시크릿'이 '세이빙' 4부작 중 2편에 해당하는 영화라고 밝혔다. 3편의 가제는 호러영화 '세이빙 마이 프렌드(친구 구하기, Saving My Friend)'이고, 4편은 SF영화 '세이빙 마이 어스(지구 구하기, Saving My Earth)'이다. 이미 두 편의 시나리오로 인정받은 윤재구 감독의 필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제작 가능성은 무척 높은 편이다. 첫 장편 연출작을 내놓는 심정을 물었더니 윤재구 감독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보고 나서 합격자 발표를 앞둔 학생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할리우드 영화 '뉴문'의 돌풍이 무척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시크릿'은 '뉴문'에 크게 밀리긴 했지만 8일까지 전국 46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을 모았고 격차도 점차 좁히고 있는 추세다.'시크릿'의 최종 흥행 결과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최소한 관객평점만은 '뉴문'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관객평점이 '뉴문'은 6~7점대인 반면 '시크릿'은 8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허수를 뺀다 해도 결코 낮은 점수는 아니다.◆ "감독 데뷔, '해운대' 윤제균 감독 덕에 가능"'시크릿'이 완벽한 스릴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충무로에서 나올 수 있는 스릴러 시나리오 중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이미 '세이빙 마이 와이프'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충무로에 돌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왔던 평가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영화사 세 군데에 갔는데 한결같이 시나리오에는 최고가를 주겠지만 감독은 맡길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에 대한 대가를 안 받을 테니 감독만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해서 한 제작사와 계약까지 하고 6개월 정도 진행했는데 감독을 맡길 수 없다고 해서 위약금을 물고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어요. JK필름(윤제균 감독이 대표로 있으며 '해운대'를 제작한 영화사)으로 갔죠."
윤제균 감독은 윤재구 감독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연출을 맡겼다. 윤제균 감독은 윤제구 감독을 가리켜 '천재'라고 부르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시나리오를 잘 쓰는 사람은 영화도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재구 감독은 이 말에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 "시나리오 쓰는 것보단 연출이 훨씬 즐겁다""감독 데뷔작이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단 연출이 더 재미있고 덜 힘든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는 혼자 쓰는 거라 이게 제대로 가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연출은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니까요. 하지만 두 작품을 마친 감독과 열 작품을 마친 감독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한 작품을 마친 감독과 데뷔 전의 감독은 큰 차이가 있죠."자신의 작품에 100% 만족하는 감독은 없겠지만, 윤재구 감독 역시 '시크릿'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 촬영 전 3개월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전화통화를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간 차승원이나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인 송윤아, 수많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캐릭터를 만든 류승룡 등 배우에 대한 만족은 100%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시나리오를 잘 쓰는 감독'인 윤 감독에겐 여러 아이템이 있다. 다음 작품으로는 판타지와 누아르 중 빨리 쓰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크릿' 흥행 성적이 좋았을 때 이야기"라고 한정짓지만 반드시 그럴 것 같진 않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영화의 연출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합격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윤재구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건 '시크릿'을 본 관객들의 평균적인 마음일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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