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미국 경제는 가계부채와 높은 실업률로 여전히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돈잔치'가 시작됐다. 월스트리트(금융권)과 메인스트리트(실물경기)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 재무부의 구제금융을 상환하고 3분기 높은 실적을 올린 은행이 주축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분기 전년동기 대비 3배에 달하는 32억 달러의 순익을 냈던 골드만삭스는 올해 1~9월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167억 달러를 임금 및 보너스 용도로 할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4억 달러보다 46% 가량 늘어난 것으로 1인당 평균 9개월치 보수는 52만6814달러에 달한다. 3분기 예상을 웃도는 '깜짝실적'을 내놓았던 JP모건체이스는 같은 기간 매출의 38%에 해당하는 87억9000만 달러를 보너스 및 연봉에 배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9개월 동안 1인당 35만3834달러의 보상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매출 대비 임금 배당 비중이 지난해 동기(52%) 보다는 낮아져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것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UBS 등이 보너스 정책을 수정해 임직원 연봉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지난 7월 "연말 보너스로 연봉의 절반 이상을 받는 임직원들은 내년 초부터 인금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 돈잔치가 시작되면서 보너스인상에 대한 금융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미국 e.파이낸셜커리어스닷컴 조사에 따르면 월가 금융인의 3분의1 이상이 올해 보너스 인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영국 은행들도 거액 보너스를 거리낌 없이 나눠주고 있다. 이날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일부 임직원들에게 인당 최대 500만 파운드(820만 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RBS는 지난해 영국 기업 사상 최대 240억1000만 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하고 영국 정부로부터 200억 파운드를 지원받은 뒤 국유화된 기업. 신문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평균 24만 파운드, 상위 20명의 직원들은 100만~500만 파운드까지 받게 될 예정이다. 총 보너스 규모는 40억 파운드로 이는 금융업계 버블이 한창이던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위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영국 바클레이스 은행도 올해 100억 파운드의 순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보너스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마르쿠스 아귀우스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규제당국이 지나치게 임금 등에 대해서 규제를 할 경우 영국 은행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기업의 경우 재무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이자와 함께 모두 상환했을 뿐 아니라 실적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업계한 전문가는 "재무부가 AIG를 지원함으로써 AIG가 골드만에 채무를 상환할 수 있었고, 또 연준(Fed)이 300억 달러 채무보증을 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형 금융업체들이 위기를 탈출하는데 직간접적으로 끌어다 쓴 국민들의 혈세가 엄청나다는 지적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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