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재정, '부자감세는 무식한 얘기' 차명진 발언 동의했다가 사과 요구 받기도
[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전·현직 경제수장이 향후 경기상황에 대해 상반된 전망을 내놔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현(現)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13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인용,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출구전략'을 쓰면 재정이 어려워져서 디플레이션이 되고, 정치적 압력으로 출구전략을 안 쓰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긴다"며 "출구전략을 쓰든 안 쓰든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더블딥'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게 일반적 견해다. 내년 이후엔 (경제) 성장세가 완만하게 지속될 것"이라던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답변과 '180도' 다른 것.윤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주류고, 내 생각도 그쪽"이라며 "'더블딥'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이처럼 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발언을 내놓은데 대해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시장은 윤 장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강 특보의 영향력도 크다"고 지적하며 "두 사람의 180도 다른 말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정부의 일관된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자 윤 장관도 "(강 특보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곤 깜짝 놀랐다"면서 "서로 자주 만나고 해서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발언) 경위를 좀 알아보겠다"고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강 특보의 청와대 입성 당시 일각에서 제기됐던 '엇박자' '불협화음' 등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 특보가 재정부 장관을 떠나 국경위원장으로 있으면서는 경제·금융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며 윤 장관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근직인 대통령 경제특보를 맡게 된 지금은 자의든 타의든 관련 언급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윤 장관이 이어진 국감에서 "강 특보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김효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 '더블딥'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으니 경제운용을 더 조심스럽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답변 수위를 낮춘 것도 바로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한편 윤 장관은 이날 정부의 감세(減稅) 정책 기조와 관련, "아직도 '부자감세'라고 하는 사람들은 무식하거나 대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안경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차 의원의 말을) 잘 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동의'를 나타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즉각 "윤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고,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어떻게 여당 의원 발언에 맞장구를 칠 수 있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이에 윤 장관은 "내가 실언한 것 같다.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감장에선) 한 치의 유머도 허용될 수 없음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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