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손발이 돼 드립니다'

추석 맞아 먼 길 떠나는 장애인 돕는 '길위의 천사'장애인무료차량봉사대, 추석 연휴 이용객 늘어 땀 뻘뻘30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금호동 시영아파트. 장애인 이종인(69)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대구에 있는 아들집에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여정이지만 전신마비로 혼자서 몸을 움직이기 힘든 그에게는 아들집에 가는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휠체어를 타고 집에서 터미널로 이동하는 것부터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런 그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모범기사대상회 장애인무료차량봉사대'.이씨의 부름(?)에 열일 제쳐두고 한달음에 달려온 유순철(52)씨와 나병길(62)씨는 이씨가 집에서 나설 때부터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오를 때까지 그의 손발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이씨는 “10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봉사대가 있어 나같은 장애인도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돼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봉사대 회원들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장애인무료차량봉사대 회원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평소 40-50건보다 40%정도 많아진 이용 요청을 소화하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 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인다.장애인무료차량봉사대는 광주에 거주하는 1,2급 중증장애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콜택시로 2시간 전 예약전화만 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데려다주는 것은 물론 귀가까지 책임진다.봉사대는 지난 1968년부터 장애인과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무료차량 봉사활동을 펼치던 박용구 회장(61)이 동료들을 하나둘씩 모아 만든 단체다. 초등학교 때 갑자기 하반신이 마비돼 7,8년간 거동을 할 수 없었던 박 회장은 ‘움직일 수 만 있게 된다면 평생을 바쳐 장애인을 돕고 살겠다’고 생각했다.그러다 기적처럼 다리가 낫자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과 같은 불편을 안겨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박 회장은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이같은 순수한 마음이 모여 지난 1989년 탄생한 봉사대는 20년의 세월 동안 규모는 제법 커졌지만 장애인들을 생각하는 회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모범택시운전자들로 구성된 봉사대 회원 175명은 손님 하나라도 더 태우려면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지만 ‘장애인들도 가족과 함께 풍성한 명절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즐겁게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이들의 봉사정신이 전국 각지에 있는 장애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이번 추석 연휴 때는 광주를 방문하는 타 지역 장애인들의 무료차량 이용 요청도 늘어 더욱 바빠졌다. 광주버스터미널에 이씨를 내려주고, 그가 버스에 오를 때까지 곁을 지킨 유씨는 “소아마비로 거동을 못하던 고모를 보며 자라왔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동에 얼마나 큰 불편을 느끼는 지 안다”며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인데 힘든 형편에도 아껴둔 요쿠르트나 우유 등을 내미실 때는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이 분들에게 오히려 더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김보라 bora1007@gwangnam.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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