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마냥 웃을수 없는 11일째 랠리

선물시장에서 상승둔화 움직임 등장..좀 더 긴장할 필요 있어

공포영화의 시즌이 다가왔다. 어떤 공포영화를 보더라도 늘 나오는 장면이 있다.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주인공 뒷쪽으로 뭔가가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겁에 질린 주인공이 공포에 떨면서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지만 막상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몇 차례 이같은 장면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의 공포심리는 극대화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포의 대상이 등장한다. 이는 어찌보면 공포영화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일 강세를 보이며 룰루랄라하던 글로벌증시가 어느 순간부터 하락조짐이 조심스레 등장하고 있다. 막상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을 수 있지만, 민감한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으스스한 분위기에 몇번이고 뒤를 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불안한 부분이 바로 선물시장이다. 코스피시장과 마찬가지로 선물시장 역시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11거래일 중 최근 5거래일은 장 중 하락세로 돌아섰고, 장 막판에 겨우 반등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최근의 선물시장에서 이같이 장중 조정을 받는 모습이 연출된 것은 외국인과 무관치 않다. 선물시장에서 연일 강한 매수세를 자랑하며 차익거래 환경을 개선시켰던 외국인은 이번 주 들어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27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베이시스(현ㆍ선물간 가격차)를 다시 백워데이션(마이너스)로 돌려놓더니 28일에도 달랑 80계약만 순매수하는 등 매수기조를 접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시스의 상승세도 주춤하며 전일에는 9거래일 만에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기도 했다.이번 주부터 외국인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이 최근 선물시장에서 강한 순매수세를 보인 것은 그간의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 지난주까지 청산과정을 대략 마무리짓고 이제는 진정한 추세 상승에 베팅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던 시점이었는데 이번 주 들어 외국인의 매수기조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아직까지는 추세 상승에 베팅하지 않고 좀 더 주변을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옵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공포지수로 대변되는 VKOSPI지수는 코스피200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하기 직전에 신저점을 형성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3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 주식시장이 현물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딘가 불안한 부분이 많다. 뉴욕증시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5월 미국의 주요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이 3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9개월만에 최저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한 채 마감했다. 소비심리지표가 두달째 하락한 영향이 컸다. 미국의 골칫거리이던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선행지표 격인 소비심리 지표의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다. 이는 미국의 고용과도 무관치 않다. 2010년 초 실업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되며 소비생활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웰스파고 스콧 앤더슨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며, 실업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한 낮은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가 위축될 경우 국내증시도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증시 역시 역대 3번째 최장기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지는 매출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다. 국내증시가 강한 랠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실적개선 효과가 컸지만, 이는 꾸준한 경비절감과 기저효과로 인한 것들이지, 실제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다.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와 같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국면에서 밸류에이션을 측정할 때는 주가수익비율(PER)보다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이 더 명확할 수 있는데 PSR 기준으로 보면 밸류에이션은 크게 매력적일 게 없다"면서 "개인의 소비여력이 살아나 소비에 크게 연동되는 미국 GDP가 늘어나고 글로벌적으로 매출이라는 파이가 늘어나야 이익은 추세적으로 더 늘어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31일 미국이 2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한다. 현재로서는 1.5%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1분기 5.5%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크게 양호해진 것이다. 기대를 충족하는 GDP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실망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겁에 질려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어느정도 수익이 났다면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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