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가정 뿐 아니라 공공 화장실에서도 비데가 흔하다. 비데가 생필품이 된 데는 본연의 '청소기능'을 넘어, 치질 등 항문질환에 좋을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요구가 있다보니 판매사들도 질병제어를 강조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호응하고 있다. 비데의 치료효과, 과연 근거 있는 주장일까. <B>◆변비환자여 비데로 관장하라(?)</B>가장 눈에 띄는 비데의 진화는 '관장기능'이다. 원리는 별 것 아니다. 일반 제품과 달리 가늘고 강한 물줄기가 항문을 파고 들어 직장안까지 도달함으로써 점막을 자극한다. 자극이 오면 변의를 느끼게 돼 숙변이 해결된다는 원리다. 판매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방법에 문제점은 없다. 오히려 괄약근을 자극해 근육운동이 되고, 항문기능도 좋아진다고 한다. 자주 해도 괜찮은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하지만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도 많다. 이강영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외과)는 "비데로 관장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며 "이를 찬성하는 쪽에서도 학문적 근거 없이 주관이나 경험상 '느낌'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또 "관장은 임시방편일 뿐 변비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항문을 강제로 여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문근육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항문 신축성을 저하시키고 점막 손상 등 문제도 우려된다는 의미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좀 더 부정적이다. 그는 "관장을 자주 하면 배변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며 "더욱이 불결한 기기를 사용하면 질병을 유발하고 항문에 상처를 만들어 치질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정순섭 이화의대 교수(목동병원 외과) 역시 습관성 관장은 스스로 변을 못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근본적 치료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B>◆치질과의 관계는?</B>그렇다면 치루, 치핵과 같은 항문질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비데는 청결의 수단 정도로 봐야지, 질병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정도다. 기본적으로 항문의 불결함이 치루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항문이 불결하면 농양(고름)이 생길 수 있고, 농양이 아무는 과정에서 치루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비데가 치질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런 연관성은 치질의 다양한 원인 중 매우 미미한 것에 불과해 '비데 사용=치질 예방'으로 단순화 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또 항문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이는 치질과 변비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논란이다. 누군가 연구를 해본 일이 없으므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질 혹은 변비의 경우 수많은 원인의 복합적 결과물이므로 비데의 예방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치질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비데를 통해 치질을 치료할 수 없다. 비데는 '좌욕효과'가 있고, 이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효과가 미미하므로 비데가 좌욕을 대체할 순 없다.질병적 예방효과라고 한다면 항문에 대변이 묻어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항문소양증' 정도는 막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항문 주위 세균 번식으로 질염이나 방광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는 효과도 어느정도 기대할 수는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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