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날개접은' 금호 또다른 飛上을

금호아시아나가 날개를 접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재계의 풍운아로 떠올랐던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꿈도 함께 사그라졌다. 3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했던 대우건설을 품안에서 내놓는 박회장의 심정은 수족을 잘라내는 마음일 듯 싶다. 지난 2006년 박회장이 풋백옵션 보장을 통한 투자유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금융권은 인수자의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투자자에게도 수익을 보장하는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반색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말기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겠다는 정책당국의 극약처방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풋백옵션은 이름 그대로 금호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됐다. 특히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은행권과 논의하던 여러 대책이 '실시간'으로 새나가면서 출구를 봉쇄당하는 상황이 된 것은 금호 입장에서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당시 금융권발로 온갓 루머와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은 보도가 쏟아지자 금호의 한 관계자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터져나오는데 당장 아쉬운 처지에 항의도 못하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하튼 금호가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결단'이다. 과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자동차를 지키려다 그룹을 해체 위기로 몰고간 전례와 비교하면 물러나야 할 때는 안다는 점에서 박회장은 여전히 '승부사'로서의 감을 잃지는 않았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함께 쌍벽을 이루며 'M&A의 달인'으로 불리던 박삼구 회장이 다시 부활할때 금호 역시 새로운 나래를 펼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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