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여행비만 138억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83)가 낡은 궁(宮)을 보수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왕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왕실 예비비까지 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버킹엄궁에서 이날 발표한 연례 회계보고서를 인용해 왕실이 왕실 예비비에서 640만 파운드(약 136억 원)나 꺼내 썼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왕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여러 궁을 수리·보수하는 데 앞으로 10년 안에 4000만 파운드가 소요될 전망이다. 여왕이 아무리 검소하게 생활해도 소용없었다. 지난해 왕실에서 전용 제트기 및 헬기를 포함해 여행 경비로 쓴 돈만 30만 파운드가 늘어 650만 파운드에 이른 것이다. 사실 여행 경비 가운데 대부분은 여왕의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쓴 것이다. 그는 극동과 남미를 여행하는 데만 131만669파운드나 썼다. 영국 왕실 역사상 가장 비싸게 먹힌 여행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영국 왕실이 쓴 여행 경비 138억 원 가운데 대부분은 찰스 왕세자 부부가 쓴 것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지난해 왕실의 총 경비로 혈세 4150만 파운드가 지출됐다. 이는 전년보다 150만 파운드 증가한 수준이다. 왕실의 회계를 책임지고 있는 앨런 레이드경(卿)은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2001년보다 감소한 것"이라며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레이드경은 "왕실의 여행 경비가 증가한 것은 영국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를 별로 이용할 수 없어 민간 전세기에 의존한 탓"이라고 밝혔다. 이제 여왕이 왕실 재정을 얼마나 더 늘려달라고 요구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현 왕실 재정 협상은 내년 12월 만료된다. 여왕이 지금 같은 속도로 왕실 예비비를 소비할 경우 즉위 60주년인 오는 2012년 초반 자금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 왕실 예비비는 3500만 파운드에서 200만 파운드로 급감했다. 왕실이 연간 790만 파운드까지 꺼내 쓸 수 있도록 규정한 현 협정은 1990년 존 메이저 총리 재임 당시 합의된 것이다. 지난해 왕실 총 경비 4150만 파운드 가운데 군경의 경호, 군의 열병식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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