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매집한 기관이 수익률 더 높아..향후엔 외인이 유리
줄기차게 사는 외국인과 줄기차게 파는 기관.
지난 4월1일부터 6월15일까지 외국인은 단 10차례를 제외하고 주식 매수로 일관했다. 두달 반의 기간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한 규모는 10조5431억원에 달한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단 8차례만 매수했을 뿐 나머지는 일제히 매도세를 지켜나갔다. 이 기간 기관이 순매도한 규모는 12조2290억원에 달해 외국인과는 철저히 반대편 입장에 섰음을 알 수 있다.
정 반대의 전략을 고집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 과연 수익률은 누가 높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관의 경우가 수익률이 좀 더 높다.
4월1일부터 6월15일까지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에는 한국금융지주와 현대오토넷, 현대모비스, 기아차, 삼성테크윈, LG하우시스, 글로비스, CJ오쇼핑, 외환은행, 평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26%.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인 13%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경우 같은 기간 포스코와 삼성전자, 현대차, 신한지주, 현대건설, GS건설, LG디스플레이, 신세계, LG, 한국전력 등의 순으로 순매수했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3%.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과 동일한 수준이며 기관에 비해서는 절반에 불과한 수익률이다.
결국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기관의 경우가 외국인을 앞지른 것이다.
그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을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등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시가총액 10위 안에 포함된 종목이 무려 6개에 달한다. 대형주 위주의 매수전략을 펼쳤던 셈이다.
반면 기관의 경우 시가총액 10위안에 포함되는 종목은 단 하나도 없을 뿐더러 코스닥 업체도 2개 포함돼있다. 중소형주 위주의 전략을 펼쳤던 셈이다.
이 기간 중소형주의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만큼 기관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었고, 대형주 위주의 매수 전략을 펼치는 외국인의 경우 코스피 수익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셈이다.
기관이 중소형주 위주의 매수세를 펼친 것은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 반토막의 아픔을 겪은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환매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기관의 입장에서는 펀드 환매를 대비해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결국 기관은 대형주를 팔아 현금비중을 늘리는 대신 비교적 가벼운 중소형주에 투자했고, 각종 정책 기대감 등에 힘입어 중소형주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기관의 수익률이 좀 더 좋았던 셈이다. 실제로 기관은 같은기간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건설, 신한지주, 현대차,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GS건설, 두산중공업, GS 등의 순으로 순매도하며 대형주 위주의 매도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주가 두각을 보이는 장세가 곧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제부터는 외국인의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에 비해 부진했던 대형주가 빠르게 갭을 줄이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도래하면 지수 역시 박스권을 탈피할 수 있고, 이 경우 대형주 위주의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의 수익률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차익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는 등 프로그램 매도의 한계에 다달했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는 대형주 위주의 상승장이 도래할 수 있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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