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창의적 교육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다'

정 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대담=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창의적 콘텐츠·명교사·인재풀 갖춰야 재단명 변경 인재 육성까지 사업 확대 수학·과학교육 중요성 인식확대 앞장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창의성 교육을 위해 '한국의 퍼거슨"이 되겠습니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52)은 영국의 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팬이다. 그 때문인지 정 이사장은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맨유'를 예로들어 쉽게 풀어나갔다. 정 이사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공은 폭넓은 인재 풀과 혁신적인 교육 콘텐츠, 그리고 퍼거슨 감독이라는 훌륭한 교육자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창의성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재풀과 창의적인 콘텐츠, 훌륭한 교사 등 3박자가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 역삼로 근처에 위치한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 이사장실에서 정 이사장을 만났다. 소탈한 말씨와 푸근한 인상이 정겹게 다가왔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라는 이름을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바꿔 '창의'를 강조한 이유부터 질문을 던졌다.   정 이사장은 "최근 과학인재 육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재단이 기존의 과학문화사업을 토대로 창의적 과학인재 육성사업까지 맡게 됐다"고 운을 뗐다. 정 이사장은 이어 "단순히 이름만 바뀐게 아니라 과학영재 육성,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융합 등 재단의 기능과 역할이 두배로 확대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창의성 얘기가 나오니 정 이사장의 목소리에서 신바람이 느껴졌다. 정 이사장은 '창의성 전도사'라도 된 듯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사람이고, 창의력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창의성은 독창적인 과정을 거쳐 자기만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놀라운 힘"이라고 역설했다.   '창의성'의 속성이 후천성 보다는 선천성이 강한 것이 아니냐고 돌발 질문을 던져봤다. 정 이사장은 즉시 "모든 사람은 창의성이 내재해 있으며, 그것은 교육을 통해 계발될 수 있는 것이지요?"라고 반문하며 동의를 구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과거에는 개개인에게 창의성이 있어도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그것을 발현하기 어려웠지만 오늘날에는 수 많은 정보와 관련시스템이 축적돼 있어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계발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지요..."   과학영재 교육에서 '창의'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창의성이 계발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이사장의 확고한 지론이었다.   창의적 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구체적 복안이 있는지 물었다. 정 이사장은 "현재 수학과 과학 교육은 경쟁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하면서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는 교과 과정과 교육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성 교육을 통해 창의적 인재그룹이 형성되면 자연히 영재교육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지식과 정보가 중요한 요즘 시대에는 창의적 지식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정리'했다. 경제가 두 배 성장한다고 고용이 두 배가 되지 않으므로 수학과 과학교육을 중심으로 창의성 교육을 펼쳐 인재풀을 늘리고 영재교육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 이사장은 "교육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식보다는 논술과 탐구에 의한 교육, 수렴형 교육이 아닌 발상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사가 묻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묻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수식이 아닌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고 답을 놓고 과정을 도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그의 인재육성 철학은 비단 과학기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타 분야와의 교류와 연계를 통해야만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과학창의재단이 최근 '융합문화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이사장은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문화예술분야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며 "과학영재 육성 역시 인문사회나 문화예술 등 타 학문 분야와 연결해야 더욱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영재들을 선발해 수학, 과학 등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 등에 대한 교육이 병행돼야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과학창의재단은 과학을 중심으로 영재교육 사업을 진행하므로 과학과 교육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교육과 과학을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문제점을 지적해봤다. "어찌보면 교육과 과학이 별개 영역 같은 데 이를 하나의 부처로 통합하는 것이 억지스러운 일이 아니냐고..." 정 이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지만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일단 지켜봐야한다"고 전제하고 "과학창의재단이 교육과 과학을 통합한 활동을 하듯 첨단기술개발과 우수인재 양성은 결국 합쳐져 움직이는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당장 성패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지켜봐야 하는만큼 좀더 시간을 갖고 결론을 내리자는 주장인 듯 싶었다.   정 이사장은 과학 영재교육 뿐 아니라 기존 사업이던 과학문화 확산, 국민이해 사업에 대해서도 남다른 의지를 표현했다. 그는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질병, 물 등이 인류가 직면한 5대 현안"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지식을 통한 '녹색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기술에 대한 이해는 현 세대의 문제일뿐 아니라 향후 세대의 문제이기도 한만큼 전국민적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과학이 어렵다'는 일반적 인식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 이사장은 "그것은 과학자들의 책임일 수 있다"며 "이제는 과학자도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없으면 연구의 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연구를 국민들에게도 쉽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하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과학자들끼리 모여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것 보다 대중에게 그것을 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분야가 중요하겠지만 미래 기술과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와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학과 과학 교육 등의 중요성을 여러분야의 전문가들도 인식할 수 있도록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기존의 과학문화 사업과 새로 도입된 창의성 교육 사업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청나라의 안정을 가져왔던 강희제를 거론하며 '심지쌍수(心智雙修)'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마음과 지혜를 함께 수양해야 한다'는 의미처럼 정 이사장의 열정과 지혜가 한국과학기술의 미래를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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