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M&A의 힘..'매각이 아닌 투자' 발상의 전환

'매각이 아닌 투자' 발상의 전환 11년전 OB맥주때부터 통했다 <strong>'M&A의 숨은 힘' 버림 통합의 미학 - <3> 新구조조정기법 선구자 지분 팔아도 경영권은 유지… 윈윈전략 성공</strong>
지난 3일 그룹은 삼화왕관 사업부문, SRS코리아, 두산DST 등 자회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4새가 지붕를 총 7808억원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각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방법이라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11년전 두산그룹이 OB맥주 지분을 매각할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 두산그룹 관계자도 "이번 자회사 매각은 사실상 OB맥주 지분 매각 방법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라면서 "불황기 기업이 행동할 수 있는 최선의 구조조정 방안 이었다"고 말했다. <strong>◆사려는 기업이 없다=</strong> 두산그룹이 OB맥주의 매각을 추진할 당시와 이번 4개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려고 했던 시기 모두 전 세계에 몰아닥친 불황기였다. 1998년은 IMF외환위기 시기로 외형 불리기에 급급했던 기업들이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내몰렸다. 2009년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본격화 돼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려는 기업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 매각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이나 계열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고, 매각 대상 기업의 지분을 일부 팔면서 경영권은 두산이 그대로 유지하는, 매각과 투자유치가 결합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 <strong>◆지분은 팔면서 경영권은 그대로=</strong> OB맥주의 경우 두산그룹은 당시 세계 4위 맥주업체였던 벨기에 인터브루와 접촉해 50%의 지분을 내주는 대신 OB맥주를 동일한 지분의 독립법인으로 재탄생시켜 공동 경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브루는 두산의 요청을 받아들여 총 3500억원에 OB맥주 지분 절반을 인수했다. 이사회는 양사가 4명씩 선임했다. 박용성 회장이 합작사 회장직을 맡는 대신 사장에는 인터브루의 외국인 전문경영인이 선임되고, 재무, 마케팅 분야는 인터브루가, 영업, 생산부문은 두산측이 맡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한국시장을 잘 몰랐던 인터브루는 두산을 안전장치로 삼아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두산도 OB맥주 지분 전량을 한꺼번에 팔았을 때의 금액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지분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09년 자회사 지분 매각에는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투자펀드(PEF)인 미래에셋PEF와 IMM에쿼티(PE)와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두산은과 PEF는 각각 2800억원, 2700억원을 출자해 DIP홀딩스, 오딘홀딩스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SPC는 이 돈으로 3개 자회사와 KAI 지분을 각각 51대 49의 비율로 인수했고, 5년간 이들 회사의 주인이 돼 회사의 새주인을 찾게 된다. 매각대금은 총 7808억원이다. 자회사의 경영권은 두산이 PEF에게 위임을 받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했던 노하우를 PEF가 인정한 것이다. 이사회는 회사마다 두산측이 4명, PEF측이 3명을 두게 된다. PEF는 경영 실적에 따른 배당수익만 받는 대신 능력 있는 투자자가 나설 경우 5년 기간내 아무 때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strong>◆발상의 전환 '매각 아니라 투자'=</strong> 지분을 나눠서 매각하는 두산그룹의 방식은 OB맥주를 놓고 볼 때 성공적이었다. 인터브루와의 합작 후 OB맥주는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영업 및 재무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한편 진로쿠어스맥주(현 카스맥주)를 인수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이를 통해 2001년 두산은 네덜란드 투자회사 홉스에 OB맥주 지분 45%를 5600억원에 매각했다. 3년여 만에 2000억원 더 비싼 가격에 판 것이다. 올해 매각한 3개 자회사도 OB맥주와 같은 높은 투자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DST, 삼화왕관은 사실상 국내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SRS코리아는 KFC라는 수익성 좋은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이전에도 이미 뛰어난 실적으로 회사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들 회사가 실적이 개선되면 두산은 상당히 좋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에 매각할 수도 있고,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기업 매각 방식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단순히 기업을 판다는 생각을 넘어 기업 매각은 또 다른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두산그룹의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이상하 두산그룹 전무는 "M&A는 결혼과 같기 때문에 궁합이 맞으면 매각 후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회사와 PEF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냈다"면서 "유동성이 어려운 다른 그룹사들이 두산과 같은 방식으로 계열사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투자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