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실제 청탁한 것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세무조사 관련 이론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이 제공했던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의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때 천 회장과 김 전 중부청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며 한 전 청장에게 조사 무마를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천 회장은 전화통화 등 방법을 통해 직접 한 전 청장에게 청탁했으며, 김 전 중부청장은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담당자들과 접촉하면서 세무 관련 문제가 없도록 이론을 제공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김 전 중부청장은 그 당시 세무전문가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세무 관련 문제에 대한 이론은 김 전 중부청장이 맡으며 당시 세무조사 라인에 있던 사람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은 지난해 태광실업 등의 세무조사 기간을 전후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했으며, 이후 한 전 청장에게 직접 조사 무마를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이날 오전 10시께 천 회장을 소환했으며, 현재 우병우 중수1과장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천 회장은 2003년 6월 코스닥 등록 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를 합병한 뒤 박 전 회장의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차명 보유하는 등 방법을 통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사할 분량이 많아 천 회장을 이날 늦은 저녁까지 조사한 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일단 귀가 조치한 후 내일 한 차례 더 천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오전 6시께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으로부터 A4 20여 페이지 분량의 '전자우편 진술서'를 제출받았다.
진술서에는 "천 회장에게서 '박연차 회장을 잘 봐 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으나 청탁을 들어주지는 않았다"는 내용 등이 담겼으며, 검찰은 진술서를 통해 천 회장 관련된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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