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의 본거지 중 하나인 도쿄에선 최근 명품과 패스트패션과의 만남이 한창이다. 최신 유행하는 저가 의류를 말하는 이른바 '패스트패션'과 명품 디자이너가 손잡고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저가 캐주얼 브랜드인 유니크로는 지난 3월 독일 명품 디자이너 질 샌더와 제품 디자인 감수 등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H&M은 영국 여성복 브랜드 매튜 윌리암슨과, 무인양행은 요지 야마모토사와 각각 손잡았다.
일본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없이 명품 디자인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한편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을 통해 자사 디자이너의 재능을 키움으로써 자사 브랜드가 확고히 다져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본에 처음 진출한 H&M은 작년 가을 일본의 대표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川久保玲)의 '꼼데갸르송(comme des garcons)'에 이어 최근 영국 디자이너 매튜 윌리암슨과 손잡았다.
매튜 윌리암슨은 이탈리아 명품 '에밀리오 풋치'의 디자이너로, 그의 원피스는 한 벌에 20만엔(약 266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그가 H&M을 만나면서부터는 수천엔에서 2만엔 전후면 그가 디자인한 옷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윌리암슨은 "꼼데갸르송과 손잡은 것도 기쁜데 이번 H&M의 일원이 됨으로써 경영 전략 측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H&M의 브랜드 전략담당 율겐 앤더슨은 "패션은 엔터테인먼트다. 항상 놀라움과 새로움을 연출할 필요가 있어 윌리암슨과 손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의 질 샌더와 팀을 이룬 유니크로는 남성 및 여성 의류를 대상으로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추동 스웨터 제품부터 질 샌더의 감수를 받게 되며, 일부 콜렉션에서는 질 샌더가 직접 디자인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질 샌더가 감수를 맡은 유니크로의 제품들은 오는 10월부터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유니크로의 가쓰다 유키히로(勝田幸宏) 이사는 "유니크로가 목표로 하는 것은 심플한 옷 안에 새로움·아름다움·감동, 이 3가지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이 방면에서 질 샌더는 세계 최고로서 배울 점이 많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거품을 확 뺀 가격으로 고객몰이를 하고 있는 '무인양품'은 지난 2002년부터 야마모토 요지(山本耀司)의 의류 브랜드인 '요지 야마모토'와 파트너 계약을 맺어왔다. 요지 야마모토의 디자이너가 무인양품에 상주하며 거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감수하고 있다.
무인양품의 상품 기획담당은 "디자인 수준이 떨어지면 고객 유지도 오래가지 못한다"며 "우리는 디자이너의 지명도가 아닌, 어디까지나 제품의 매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업계의 극과극의 만남에 대해 패션 주간지 WWD(우먼스 웨어 데일리) 재팬의 미우라 아키라(三浦彰) 편집장은 "패스트패션은 대부분 고급 브랜드의 카피로 알려져 왔는데, 유명 디자이너와 제휴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제품이 새로운 패션으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며 "샤넬과 칼 라거펠트 등 명품 브랜드가 유명 디자이너의 힘으로 성공한 사례와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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