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청사로 소환됐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한 세번째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후 3시, 6시 브리핑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취재진들은 홍 기획관의 한 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홍 기획관 입에서 새로운 얘기(news)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대질신문을 오후 11시께 진행한다는 것.
그런데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도 동의를 했냐는 질문에는 "아직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응할 것 같냐는 물음에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발생할 일 혹은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는 검찰의 수사행태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홍 기획관의 한 마디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후 3시 첫 브리핑에서 "오후 3시 좀 넘어 박 회장을 검찰로 불러놓은 상태"라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대질신문으로 압박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이었다.
우선 오후 3시 브리핑에서 박 회장을 대검 청사내로 불러 들였다고 공개한 것이 1차 압박, 오후 10시 브리핑에서의 대질신문 예고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압박이었다.
검찰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미리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 때문.
홍 기획관은 오후 10시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도 대질신문 계획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검찰은 끝까지 주요 혐의에 대해 부인하던 노 전 대통령을 언론을 통한 대질신문 예고로 압박하겠는 계산이었다.
검찰 입장에서 이 같은 '언론 플레이'는 여러 가지로 좋은 '패'였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해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이 무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노 전 대통령이 뭔가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박 회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대질신문을 거부해 대질신문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에서는 노 대통령의 혐의 부인 등을 높고 "참으로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다운 것은' 무엇인지 검찰 스스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설마 언론을 이용해 잘못된 상황 정보를 흘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불신이나 실망하도록 하는 아마추어같은 행동이 검찰다운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부디 검찰답게 노 전 대통령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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