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 감염자가 전세계적으로 급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남미 지역의 보건 당국이 적어도 2주 전에 SI 전염 가능성을 웹사이트상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늑장대응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뉴스 서비스 업체인 베라텍트가 범미주보건기구(PAHO)의 웹사이트를 접속한 결과, 지난 10일 멕시코에서 SI 전염 가능성을 경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SI 감염 사실이 알려진 지난 23일까지 아무런 공개 발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 세계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
29일 현재까지 집계된 SI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수는 전날 진원지인 멕시코에서 1명이 더해짐으로써 총 160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지에서 감염이 됐거나 의심되는 환자 수는 2498명, 이로 인해 입원 중인 사람은 1311명으로 집계됐다.
남미 보건당국의 늑장대응으로 멕시코 외에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 급기야 한국까지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대륙이 SI의 공포로 물들고 있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당국의 늑장대처에 대해 "과학자들이 돼지 농장이 몰려 있는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즈 주(州)의 라 글로리아를 찾아 SI 바이러스인 H1N1의 발생 원인과 성분 등 역학조사를 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라 글로리아는 3000명 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SI의 첫 번째 감염자가 발생한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현지에서 약 19km 떨어진 곳에 있는 대규모 돼지농장에 대해 계속 민원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돼지농장은 세계 최대 양돈가공업체인 미국의 스미스필드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연간 10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따라서 인근 주민들은 이 농장에서 흘러나오는 오물과 악취, 들끓는 파리 떼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월부터는 이곳 주민들이 집단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였고, 이달 초에는 주민의 60%가 같은 증세로 치료를 받은 가운데 갓난아기 2명은 사망했다. SI의 첫 번째 감염자로 알려진 4세 남자 아이도 이곳 태생으로 현재는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르도바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현지 돼지들에서 SI 바이러스 감염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SI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떻게 옮겨졌는지를 밝혀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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