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닛산과 프랑스 르노가 손잡은 지난 10년은 '허송세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를로스 곤 회장 체제 이후 승승장구하던 닛산의 경영신화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빛이 바랜 지 오래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닛산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 1일~2009년 3월 31일)에 닛산은 1800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결국 10년전 파산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곤 회장은 "닛산이 위기에 처했던 10년 전에는 닛산호만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닛산호는 순항했지만 바다가 흉흉했다"며 10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1990년대 후반 파산 직전 위기에 내몰린 닛산은 르노와 손잡고 구사일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세기의 합병"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이후 2003년 곤의 무차입경영이 성공하자 "자동차 업계의 제휴·합병 가운데 르노와 닛산의 사례는 유일한 성공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평가에 대해 자화자찬해 온 곤 회장은 상상을 초월한 역풍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로 지난 2007년초 1500엔이 넘던 주가는 지난 2월 9일에는 261엔까지 폭락해 10년전 르노와의 제휴를 결정한 다음날 종가인 468엔을 크게 밑돌았다.
닛산이 V자형 회복의 신화를 또다시 기대하면서 곤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닛산의 향후 과제로 2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우선 재무체질 개선이다. 2008 회계연도 3·4분기 현재 닛산의 자기자본비율은 27.3%로 전년도보다 2.1%포인트 악화했다. 이 여파로 지난 2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로부터 연이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모치마루 겐지(持丸憲志) 애널리스트는 "현재같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대차대조표 상황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이 닛산의 재무상태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닛산의 두번째 과제로 친환경차 투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차 업계에서는 2월에 혼다가 '인사이트'를 출시한 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도요타도 최근 3세대 '프리우스'를 들고 나와 인사이트를 맹추격하고 있다.
모치마루 애널리스트는 "제품 중에 하이브리드차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나다"며 "하이브리드차 투입을 서두르지 않은 것이 곤 회장의 시행착오였다"고 말했다.
물론 닛산도 좌시하지만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중형 세단 '알티마'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했고 내년에는 럭셔리 모델 '인피니티'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후발주자로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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