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 아이돌 그룹 프로젝트, 성공할 수 있을까
[아시아경제신문 고재완 기자]
업프론트-엠넷 '대(對)동경소녀'프로젝트를 위해 내한한 일본 그룹 '베리스코보'의 리더 시미즈 사키와 프로듀서 층쿠, '큐트'의 리더 야지마 마이미.(왼쪽부터)
한일 연예계에서 아이돌그룹이란 이제 낯선 이름이 아니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은 가요계, 방송계, 영화계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이돌 없는 연예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비대해졌다.
이제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그룹이 연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대형 매니지먼트사 '업프론트(UpFront)'는 내달 9일부터 한국의 엠넷미디어와 손잡고, 한국에서 하로프로젝트의 멤버를 찾아 나서는 '대(對)동경소녀'를 계획하고 있다. 하로 프로젝트란 모닝구 모스메, 큐트, 베리즈 코보 등 업프론트에 소속된 일본의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왜 아이돌 인가=아이돌 그룹은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는 꽤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스타를 만드는 매뉴얼을 만들어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반을 만들어놓고 팬들의 사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돌 시스템이 정착된 후에는 팬들이 음반보다 그 가수에 주목하게 됐다. 아이돌그룹은 멤버들을 연기자와 유닛 등으로 활용함으로서 각자의 역량을 높여 가수를 성장시키는 전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엠넷미디어의 박경수 홍보팀장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시스템이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만의 스타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 마케팅을 통해서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은 주먹구구식 스타 만들기보다 효율적이고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韓日 아이돌의 차이=아이돌 그룹 시스템 자체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와 일본의 그것은 조금 다르다. 일본은 대형 매니지먼트사 '쟈니스'와 '업프론트'가 아이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쟈니스(Johnny's)는 남성 아이돌을, 업프론트는 여성 아이돌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쟈니스는 스마프(SMAP), 아라시, 킨키 키즈(Kinki Kids), 캇툰 등 수많은 남성 아이돌 그룹을 배출했고 업프론트의 하로프로젝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은 연습생들을 각종 공연과 거리 무대로 내보내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런 소규모 공연을 통해 실력을 키운 후 비로소 방송 등 메이저 무대에 진출할 자격이 주워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완벽한 상품으로 만들어놓고 데뷔시킨다. 연습생 시절에는 오로지 연습에만 매진하고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이같은 방식은 한국에는 소규모 공연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탓도 있다. 때문에 어떤 시스템이 더 나은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Mnet '대(對)동경소녀'의 연출을 맡은 조은석 PD는 "한국 아이돌의 원조 격인 HOT가 데뷔한지 10년이 조금 넘었지만 한국의 아이돌 콘텐츠는 일본의 그것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자본력과 시장만 받쳐준다면 전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대(對)동경소녀' 프로젝트로 방한한 일본의 프로듀서 층쿠(つんく) 역시 한국 아이돌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음악 수준이 매우 높다. 일본이 더 노력하지 않으면 잠식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까지 매우 귀엽다"고 평했다. 층쿠는 업프론트 소속 가수들의 음악을 대부분 만들어낸 프로듀서로 일본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1세대 아이돌 '핑클',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3세대 아이돌 '카라'(위부터)
◆어떻게 발전할까=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은 새로운 기로에 섰다. 양국의 음반시장은 수요층이 적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나오면 나올 수록 불안정해지는 구조다.
이로인해 가요 관계자들은 이번 업프론트와 엠넷의 '대(對)동경소녀' 프로젝트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자본력과 노하우, 한국의 콘텐츠가 만나는 일은 처음인데다 전 아시아시장을 바라보고 기획됐기 때문이다.
일본측 관계자는 "어차피 한국시장을 보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음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한국을 성공가능성의 시험무대로 삼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대(對)동경소녀'의 최종 우승자은 트레이닝부터 숙소, 일본 생활, 음반 발매 등에 대해 업프론트의 관리와 지원을 받는다. 한국의 활동은 엠넷미디어에서 책임진다.
아이돌 그룹이 어디까지 발전할까. 음반시장 침체에다 경기불황까지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가요시장이 '일본과의 연합'이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찾은 것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또한 한국 아이돌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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