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고추 다대기 편법·불법수입 근절

적색도, 고추입자 크기 기준 제정 등 통관업무 크게 강화

고추 다대기(다진 양념)의 편법·불법수입에 대한 통관업무가 크게 강화된다. 관세청은 4일 저질 고춧가루혼합조미료(고추 다대기)에 파프리카 색소를 넣어 고품질 고춧가루인 양 속여 파는 등 식탁안전을 위협해온 고추다대기류 불법수입을 뿌리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추 다대기에 색소를 넣어 들여오고 고춧가루로 파는 문제는 2003년부터 언론·국회 등을 통해 제기돼 왔으나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관세청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는 희아리가 섞이거나 곰팡이가 낀 고추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입고추 다대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극에 이르기도 했다.

색소를 넣어 들어온 수입 고추다대기(왼쪽)과 2008년 11월 17일 이후 그렇지 않은 다대기.

지난해 5월 식약청에서 금지하기 전까지 파프리카색소가 들어간 고추 다대기는 수입통관을 규제할 수 없어 애를 먹기도 했다. 첨가금지조치 뒤에도 파프리카색소가 같은 고추류에서 뽑아낸 천연색소이므로 첨가여부를 판별키 어려워 이 같은 조치의 현실적용엔 한계가 있었다. 피망(Piment:불어), 파프리카(Paprika:헝가리어)는 모두 품목분류상 케프시컴(Capsicum) 속의 ‘고추류’에 해당된다.

고추 입자를 크게 부순 편법수입 다대기

고추를 썰어 편법으로 들여온 다대기

이에 따라 관세청은 파프리카 색소를 넣으면 다대기의 붉은 색깔 도수가 높아지는 점에 착안, ‘고추다대기 적색도 기준(34.76)’을 만들어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선적 분부터 적용하고 있다. 적색도 34.76 이하만 고추다대기로 분류해 통관(관세율 45%) 시키고, 이를 넘어섰을 땐 고춧가루로 분류(관세율 270%)하고 있다. 법령상 고춧가루 혼합물이 고추로서의 본질적 특성을 유지하는 한 고춧가루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게 관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관실무 때 고춧가루에 같은 고추류인 파프리카가 들어간 점, 다대기의 값 구성에 있어 고추와 파프리카 성분함량이 결정적인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세청은 이 같은 기준 시행 후 고추 다대기에 불법색소를 넣어 들여오는 행태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일명 건(乾)다대기 수입이 어려워지자 고추를 의도적으로 크게 파쇄하거나 썬 ‘수분함량 45% 이상의 고추 다대기(일명 濕다대기)’를 수입해 말린 뒤 고춧가루로 파는 편법수입행태가 생김에 따라 추가조치를 시행 중이다. 습다대기의 ‘고추입자 크기 기준’을 만들어 지난달 13일 이후 선적 분부터 적용하고 있다. 지침 시행 뒤 지난달 말까지 걸려든 다대기는 19건, 336톤으로 집계됐다. 관세청은 이번 조치로 고세율(270%) 회피를 위한 불법수입을 막고 주요 먹을거리 중 하나인 다대기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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