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감봉에 차비까지 끊겨...사무실 커피 녹차 등도 '뚝'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A씨는 얼마 전부터는 집에서 커피 믹스와 녹차 티백 몇 개씩은 '꼭' 챙겨 출근한다. 사무실에 배치됐던 커피, 녹차 등이 뚝 끊기면서 생긴 습관이다. 며칠 전부턴 종이컵도 치우면서 머그컵도 사다 놓았다.
# 삼성전자에 다니는 B씨는 수원으로 근무지를 옮겨간 뒤 기분이 착찹하다. 강북에 사는 B씨는 요즘 새벽 5시30분에 나와 수원까지 출근한다. 두 시간이 걸리는 출근시간을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다음달 수원으로 이사간다.
'삼성맨'들의 어깨가 축 쳐졌다. 회사가 불황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면서 펼치는 절약운동에 숨이 막힐 지경이란다. 나날이 쏟아지는 극약처방에 국내 최고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무색할 정도다.
연초 최대 관심사였던 '초과이익분배금(PS)' 봉투는 예년에 비해 많이 얄팍해졌다. PS가 지급된 서초동 사옥 직원들은 한달 치 봉급 수준인 10% 안팎의 PS를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두툼한 PS를 예상하고, 가계부를 썼던 직원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 라이벌인 LG전자 직원들이 오랫만에 300% 성과급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씁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사업부가 많아야 20% 수준, 생활가전은 한 자릿 수 정도의 PS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지난해 최악을 실적을 거던 반도체사업부에게 PS는 '남의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임원들에게 운전기사 대신 지급됐던 교통카드(T머니 카드)도 회사에서 회수해 갔다. 20% 수준에서 연봉이 삭감된 데 이어 교통비 정도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일부 임원들은 통상 2년 위주였던 계약이 1년 단위로 줄어들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까지 '구조조정'의 한파를 느낄 정도다.
최근 들어선 항상 지급되오던 사무용품과 음료, 종이컵마저 모두 끊겼다. 일부 직원들은 집에서 커피, 녹차 티백을 챙겨와 사무실에서 마신다. 50% 용지 절감 원칙 하에 이면지 사용도 부쩍 늘었다.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컬러복사와 컬러프린트는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대외활동비는 최대 50%까지 삭감됐다. 신사옥 휴게실마다 설치됐던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은 철거된지 오래다. 수원사업장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영상의 날씨에는 아예 난방을 꺼버려, 발을 동동 구르는 직원들도 상당수다.
서초동 사옥 임직원 1200여명이 수원, 기흥, 탕정 등 지방사업장으로 배치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고된 출근을 견디다 못한 일부 직원들은 수원 등지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수원 일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직원들의 사기는 꺽이고 불만은 높아졌지만, 공교롭게도 이직률은 낮아지고 있다. 그 동안 통상 10월∼12월에 받는 생산성격려금(PI)과 1월∼2월 초 받는 PS, 3월께 지급되는 연차수당 등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원이 이직이나 학업을 이유로 퇴사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불경기에 섣불리 자리를 털고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마 했는데, 회사가 지난해 4분기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을 보고 충격적이었다"면서 "처음엔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직원들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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