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부회장 "한국 공장 생산성 스페인보다 낮아"
경영위기 심화,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경고…최악의 경우 철수카드 꺼낼수도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 임직원들에게 생산성 향상을 주문한 것은 현재 경영위기가 심각해 최악의 경우 한국 철수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Jose Vicente de Los Mozos) 르노그룹 총괄부회장은 9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에게 영상메시지를 통해 현재 르노삼성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어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르노삼성은 경영 및 노사관계 악화로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르노삼성은 작년 내수 시장에 6종의 신차를 출시했지만 9만5939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내부적으로 목표했던 10만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다. 경영 악화에 따라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하고 희망퇴직도 실시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파업을 결의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노사 관계에 발목이 잡혀 경영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본사 차원에서 더 강한 차원의 구조조정을 주문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르노그룹은 부산공장이 다른 나라의 공장에 비해 임금과 세금이 너무 높아 생산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르노그룹 내부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QCTP)은 2019년 5위에서 2020년 10위로 하락했으며, 공장제조원가 점수가 2020년 기준으로 17위에 그치는 등 비용 항목의 점수가 가장 저조한 상태다.
2014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던 닛산 로그가 종료되고 작년 9월 이후 재고 물량 조정으로 부산공장의 생산 일정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생산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게 더 강한 임원감축과 임금삭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되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약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한 바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르노그룹이 GM과 같은 한국 철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초 르노삼성이 임금 문제 등으로 파업할 당시에도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을 방문해 "부산공장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그룹 공장 중 최고 수준"이라며 물량배정 실패와 경쟁력 상실 등을 우려한 바 있다. 여러차례 사전 경고를 통해 향후 또 다른 선택을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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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에서 계속 적자가 나고 노사분규가 심해진다면 철수와 같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여러단계의 시나리오를 준비했을 가능성 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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