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면역 아기' 만들어 논란 된 허젠쿠이
AI 활용 유전자 연구하려 했으나 비자 취소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윤리적 논쟁을 낳았던 중국 과학자의 홍콩행이 끝내 취소됐다. 그의 범죄 전과와 연구윤리에 대한 홍콩의 자격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2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이민국은 생물물리학자 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에게 발급했던 취업비자를 취소했다. 그가 취업비자 신청서에 전과기록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다.
홍콩은 지난해 12월 인력 유입을 늘리기 위해 전문가 취업비자인 재능 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허 전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국이 지난 11일 그의 재능 비자 발급을 승인하면서 검증 시스템에 논란이 일었다.
재능 비자 프로그램은 250만 홍콩달러(약 4억원)의 연 소득이 있거나 세계 100대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 등에 24개월간 홍콩 내 근무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안보상 허점이 없거나 중대한 범죄기록이 없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허 전 교수는 2018년 남부과기대 재직 시절 유전자 편집을 통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 면역을 갖춘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다. 이른바 ‘중국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윤리위원회의 승인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중국 본토에서 3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4월 석방된 전과가 있다.
그는 출소 후 최근까지 베이징의 한 기관에서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 뒤셴형 근위축증 치료를 위한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홍콩에서 AI를 활용한 새로운 유전자 편집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허 전 교수는 앞서 SCMP에 "AI 도구를 활용해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 캡시드를 진화시켜 유전자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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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홍콩대의 한 연구원은 “그가 홍콩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면서 “대학의 누구도 본토에서 범죄 기록을 가진 인물과 협력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크루팅 업체인 ACST 컨설팅 전무인 알렉사 초우이핑은 “정부가 인재 확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면서 (검증 과정을) 간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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