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지 않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WABC77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순방에 돌입한 펠로시 의장이 실제 대만을 방문할지 모르겠다면서 "만약 그 계획이 변경된다면 이는 정말로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무력 시위 등에 미국이 굴복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두고 ‘현 시점에서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선전에 괴롭힘을 당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그것도 미·중 정상이 긴 통화를 한 직후에 그런 것은 호주, 한국, 일본 등 역내 우방에 정말 나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미국 비행기 격추 등의 위협이 절대 없었다면서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전인) 18∼19개월 전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향한 똑같은 존중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꼬집었다. 앞서 그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낸시, 나도 당신과 함께 가겠다"며 "나는 중국에 입국이 금지돼있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대만은 아니다. 거기서 보자"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최근 미·중 관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1997년 이후 대만을 찾는 가장 고위급 인사가 된다.
중국은 대만 방문 추진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만 인근에서 실탄 사격 등 무력 시위도 본격화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의 벤 세스 상원의원은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가야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산당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지 않을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 쇠퇴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탑승한 전용기는 한국시간으로 1일 오전 5시20분께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연합보는 펠로시 의장이 오는 4일 필리핀 클라크 미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대만에 도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RFI는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후 다음날 오후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