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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정권도 90%는 넘는데…'투표율 12%'에도 승리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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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투표 보이콧 운동
지난해 대선선거 조작한 마두로 정권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투표율이 고작 12%를 기록하며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권은 대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80%로 승리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반발한 국민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독재 정권 하에서도 투표율이 90%에서 100%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12% 투표율은 총선으로서의 정당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베네수엘라 대선 투표율이 58%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러한 극도로 낮은 투표율의 배경에는 야당 지도자들의 투표 보이콧 전략이 있었다. 야당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아예 투표장에 가지 말 것을 호소했으며, 결국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과 국민들만 투표에 참여해 12%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게 됐다.


야당의 이번 보이콧 운동은 지난해 7월 대선에서 마두로 정권이 횡포를 부린 것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던 에드문드 곤살레스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65%를 받아 당선이 매우 유력하다고 예측됐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31%로 나와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마두로 대통령이 52%를 받고 곤살레스 후보가 44%를 받아 마두로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출구조사 결과와 완전히 다른 개표 결과 발표로 전국에서 시위가 발생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대선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했고, 결국 곤살레스 후보는 스페인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권 지도자들은 어차피 야권 후보가 선거에서 이겨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아예 투표를 보이콧해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등을 돌렸는지 보여주자는 전략을 선택했다.


독재 정권도 90%는 넘는데…'투표율 12%'에도 승리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AK라디오]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주의 엘도라도의 한 투표소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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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선관위도 갑작스러운 저조한 투표율에 당황해 투표 시간을 1시간 연장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투표율이 오르지 않자 최종적으로 42% 정도의 투표율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50%로 발표하려 했다가 표수가 너무 적어 42%로 수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이처럼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현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사망하기 전까지는 본인의 지지율이 워낙 높아 4선을 했으며, 부정선거 논란도 일지 않았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사망 전 마두로 대통령을 후계자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마두로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고,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의 지지율에 힘입어 당선됐다.


문제는 마두로 대통령의 2선 선거였던 2018년 대선부터 부정선거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야권에서 여러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가 이를 완전히 무시했고, 2019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야당이 단합해 정부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려 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의회 인준 없이 예산안을 시행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야권에서 엄청나게 반발하면서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후안 과이도가 스스로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포하고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아 사실상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이 발생했다. 하지만 결국 과이도 의장이 이끌던 야권이 패배하면서 많은 인사들이 미국과 스페인으로 망명하게 됐고, 이후 마두로 정권은 완전히 철권통치를 시작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의회는 사실상 모든 권한이 박탈된 상황이다. 의회가 갖고 있던 탄핵권이 폐지됐고,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 무제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또한 제헌의회라는 새로운 의회가 생겼지만 여기는 전부 여권 인사들로만 구성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법관 20명도 새로 모두 임명해 자신의 측근 인사들로 채우면서 입법·행정·사법 3권이 모두 한 세력에 의해 장악됐다.


견제할 세력이 아예 없어지면서 선거까지 부정선거로 물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야권 인사들이 득표를 많이 할 것 같은 지역에는 갑작스럽게 후보 자격이 없다며 시비를 걸어 후보직을 박탈시키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미국과 서방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상황이 중국이나 러시아보다도 후퇴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독재 정권도 90%는 넘는데…'투표율 12%'에도 승리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AK라디오] 2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를 찾아 총선 투표를 한 뒤 기자들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난도 큰 역할을 했다. 차베스 정권 때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꽤 잘 사는 나라에 속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1인당 GDP가 1만2000달러 정도 수준으로 남미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600달러 선까지 떨어져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플레이션율로, 지난해 6만5000%라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민생고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가 거의 파탄 난 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난이 이렇게 심화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정불안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서방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붕괴를 빌미로 경제 제재를 장기화하고 있어 경제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 시절에도 반미 기치를 세웠던 국가였지만, 그때까지는 석유 수출이 잘 됐기 때문에 경제난이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미국에서 셰일 오일이 많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아메리카 지역 전체 유가가 크게 떨어지게 됐고, 이로 인해 경제난이 극심해졌다. 결국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이후부터 경제가 크게 기울기 시작한 셈이다. 마두로 정권 이후에는 중간에 내전이 발생하고 정정불안이 심화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베네수엘라에 들어와 있던 외국계 기업들이 대부분 떠났다. 베네수엘라의 중산층 이상 자산가들도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로 대거 이민을 떠났다.


베네수엘라의 인구 통계를 보면 2013년까지는 3000만명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2800만명 정도로 2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을 피해 많은 국민들이 해외로 떠났기 때문이다. 잘못된 경제정책과 군부 통제 상황에서도 마두로 정권은 경제 개혁보다는 사회복지 제도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금을 신설하는 등 경제 개혁보다는 분배 정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재원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거의 공약적인 입법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두로 대통령이 군부의 반란을 막기 위해 생필품 가격 통제권을 군부에 넘겨준 것이다. 현재 군부가 항구부터 모든 유통 관계를 장악하고 있으며 식량과 의료품을 독점하고 있다. 원래 명분은 민간 기업들이 물가를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군에서 이 식료품과 의료품을 전부 암시장에 내다 팔면서 유통 경제가 거의 박살이 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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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상황은 현재까지는 군부를 통해 통제가 가능한 상태이지만, 만약 군부가 돌아서거나 국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대대적인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과연 저지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중남미 전체의 정세를 흔드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심이 악화되면 군도 그러한 민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의 역사를 볼 때 베네수엘라에도 앞으로 심각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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