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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유감]"신고 보복? 두렵지 않다…불법 이륜차 제보앱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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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주행 오토바이 신고했더니…
경찰 "통행 금지 표지 없으면 단속 불가"
제보앱 내 카메라 성능에 개선 요구 높아
"시민 제보, 사회와 아이들 미래 지키는 일"

[배달유감]"신고 보복? 두렵지 않다…불법 이륜차 제보앱 개선돼야" 배달 오토바이 번호판 훼손 사례. 자동차관리법 제81조에 따르면 고의로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사진제공=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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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오토바이 번호판을 정확하게 찍기엔 제보 애플리케이션(앱)의 촬영도구 해상도가 너무 낮아요." "관할 경찰서마다 단속 기준이 달라 신고에 애를 먹고 있어요."


세종시는 지난 1년 2개월간 배달 오토바이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교통안전 공익제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추가 모집을 통해 총 104명이 활동 중이다.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해 저마다 '우리동네 교통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로 빠르게 이동하는 배달 오토바이의 불법행위를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경찰청의 스마트국민제보 앱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신고 인정받기 '하늘의 별따기'…"앱 성능 개선돼야" = 제보단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전호성씨는 "오토바이 번호판을 정확하게 식별하기에 앱 내 카메라 해상도가 너무 낮다"며 "번호판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가 반려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했다. 실제로 불법운전 신고를 하기 위해 스마트국민제보 앱을 실행해 카메라를 작동시켜 봤더니 화면을 최대로 확대해야 번호판 식별이 가능했다. 전씨는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를 찍을 경우 신호등 색깔까지 동시에 같은 화면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법규 위반을 인정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유일한 신고 창구가 스마트국민제보 앱인 만큼 앱 성능을 개선해주거나 일반 카메라 앱으로 찍은 동영상·사진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담당 경찰서마다 처분 기준이 달라 혼선도 발생한다. 지난 2일 전씨가 세종시 아름동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신고했더니, 다음날 관할서인 세종경찰서로부터 "피신고 이륜차가 보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확인된다"면서도 "이륜차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표지가 없는 경우에는 부득이 단속이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에도 세종경찰서는 '이륜차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표지가 없는 경우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신고를 반려하기 일쑤라고 한다.


전씨는 대전시 등 다른 지역의 경찰서에선 통행 금지 표지 유무에 상관 없이 법규 위반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자전거 도로에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행태를 묵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오토바이 인도 주행은 세종시 내 민원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배달유감]"신고 보복? 두렵지 않다…불법 이륜차 제보앱 개선돼야" 지난 2일 세종시 아름동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신고하자 세종경찰서로부터 "피신고 이륜차가 보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확인되나, 이륜차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표지가 없는 경우에는 부득이 단속이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복 두렵냐고요? 제보 활동 위축돼선 안돼죠" = 전씨는 아시아경제의 '배달유감' 시리즈 기사에서 실명 공개를 한 점에 대해 "위법 행위에 대해 시민 입장에서 신고한 것"이라며 "위해를 당하는 걸 두려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단 구성원 중에 '위축이 되고 무서워서 활동을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면서 "공익신고를 하는 제보자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고, 시민들의 정당한 활동이 일부 위협으로부터 위축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씨는 군복무 시절 119 환자구호를 하면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교통사고에 대한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운전자 본인의 아픔보다 그 아픔을 지켜보는 가족의 슬픔을 알기에 공익제보단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의 라이더일수록 헬멧을 안 쓰는 경향이 강해서 '왜 헬멧을 안 쓰는지' 직접 물어봤어요. 그 라이더가 '어차피 사고 나면 중상을 입고 장애인이 될 텐데, 가족들에게 부담을 줄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씨는 제보단 활동을 하면서 '어른은 어린이의 거울'이라는 말도 되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배달 오토바이를 난폭운전하는 모습과 똑같이 내달리는 모습을 봤어요. 사람을 보고도 멈추지 않더라고요.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오토바이 불법행위 제보는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의 안전, 아이들의 미래까지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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