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리허설과 잠적’…성추문 폭로를 대하는 이윤택과 오태석의 자세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미투에 줄줄이 호명되는 거장의 민낯…과연 이윤택·오태석이 끝일까?

‘리허설과 잠적’…성추문 폭로를 대하는 이윤택과 오태석의 자세 실험적 희곡과 이를 뒷받침 하는 탄탄한 연출력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연출가 오태석(78) 씨는 최근 잇따른 폭로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지만, 잠적을 통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AD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서 삶을 연극이라, 인간을 배우라 지칭한 바 있다. 연극계 변방의 거장으로 추앙받던 연출가 이윤택은 자신을 겨냥한 성추행·성폭행 폭로에 고개는 숙이되 결단코 물리적 성폭력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그 발언이 나온 기자회견은 리허설을 거친 ‘무대’였다. 네티즌들은 그런 그를 두고 ‘인생이 연극’이라며 분노 섞인 조롱과 비난을 쏟아냈다.


반세기 동안 연극 연출의 대가로 호명되며 무대와 강단을 바삐 오갔던 연출가 오태석은 자신의 극단 작품에 참여한 배우, 그리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과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제기되자 대책 마련을 논의하다 이내 잠적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극계 ‘미투(me too)’ 운동의 단초가 된 거장들의 성추문은 이내 불쌍한 표정을 위한 기자회견 리허설과 대책강구 중 잠적으로 이어졌고, 갈 곳 잃은 피해자들의 분노는 법적 대응(이윤택 피해자)과 역설적 침잠(오태석 피해자)으로 표출됐다. 그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권력만큼 폭로에 대응하는 방식은 정확히 반비례한 셈이다.


뿌리 깊은 권위주의의 폐해


다수의 연극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권위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국내 공연에 기술감독으로 참여해온 어경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연출가는 자신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과오에 대해 자신의 욕망(아마도 육욕)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권위주의와 권력중독”이며 “동료 작업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그의 연출노트에 없었다. 그에게 스탭은 자신의 요구를 실행하는 노예였고, 그는 그의 권력을 탐닉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권위란 대체로 개인적 권위와 위치적 권위, 또는 근원적 권위와 의무적 권위로 나뉘는데, 업력(業歷)만 수십 년에 대내외적으로 높은 명망을 누린 이들의 제왕적 횡포는 배우와 제자를 자신의 권위 속에 존재하는 소유물로 인식하는 발상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극단이라는, 학교라는, 더 나아가 연극계라는 좁은 공간에서 동등해야 할 인간관계는 어느새 상위자와 하위자 간 계층 관계가 되었고, 권위자들은 폐쇄적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지배와 복종을 내면화해 복종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끔 종용했다. 혹여 그 대상이 항거할 경우 인습과 절차에 대한 집착으로 그들을 짓누르는 한편 업계의 경직성에 기초, 이들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해왔다. 바로 이 권위주의가 곪고 곪아 오늘의 연극계 ‘미투(me too)’ 운동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한 고발로 터져 나온 것이다.


‘리허설과 잠적’…성추문 폭로를 대하는 이윤택과 오태석의 자세 변방 연극의 기수로 추앙받던 연출가 이윤택은 자신을 겨냥한 성추행·성폭행 폭로에 고개숙여 사과했지만, 그 모든 제스처는 사전에 철저한 리허설을 거친 '작품'이었음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19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이 사전에 철저히 연습된 ‘무대’였음을 폭로하며 스승 이윤택을 ‘괴물’이라 지칭한 연희단거리패 연출가 오동식 역시 지난해 국립극단 공연 당시 조연출 폭력 논란의 당사자로 또 다른 ‘작은 괴물’임이 드러났다.


현재 수많은 언론이 행적을 좇고 있는 연출가 오태석을 향한 ‘잠적’이란 표현은 어쩌면 약간의 오해일 수 있다. 그는 원래 휴대폰이 없는 사람으로, 극단은 물론 학교에서도 정해진 시간, 약속된 장소에 그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속수무책이었다고 그의 서울예대 제자들은 증언한다.


한편 논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오 씨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서울예대 극작과 학생들은 학교 측에 그의 수업 폐강 여부를 물었고, 학과 조교는 오 씨의 제작실습 수업은 그대로 진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고, 21일 서울예대 제56대 총학생회 ‘선’은 공식 SNS를 통해 ‘오태석 교수 해임 및 퇴출 요구 입장’을 표명했다.


AD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입장표명 요구 앞에 변명, 그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들에게 과거 오 씨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을 그대로 되묻고자 한다.


“내가 남 앞에 선다는 게 무엇인지, 내 모자란 걸 갖고 인생을 꾸려가야 하니 관객에게 여쭈어보고 의논드린다는 심정이야말로 볼거리를 만드는 이의 자세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