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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불신 국회' 품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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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불신 국회' 품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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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자주 보도된다. 예전에도 그런 일들이 없지 않았으나 요즘은 그게 부끄럼 없이 반복된다.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경우들도 보인다. 한때는 국민을 대표하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선량(選良)으로 불리기도 했던 국회의원들이다. 물론 그건 희망 사항이었을 것이다. 현실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고 국가기관 중에서 신뢰도가 가장 낮은 곳이 항상 국회였다. 무엇보다 제어되지 않는 최근의 불량정치는 심각한 문제다.


국회에 대한 불신은 한국 의회정치를 지배하는 우리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에 다름아니다. 국회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논의 기구가 아니라 정당들의 대리전 무대가 돼 있다.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고(국회법 제24조),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도록 국회법에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는 진영이익을 우선하고 선당후사라며 당론투표를 강조한다. 그 정당들이 유사 종교집단처럼 되면서 이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의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일상화된 요즘 한국 정치다.


정당이 유사 종교집단처럼 되면서 조직의 자기 정화 작용과 성찰 기능이 거의 실종됐다. 실권자에 대한 이견은 신성모독처럼 간주된다. 정치의 품격을 보여주는 의원들보다는 홍위병 정치인들이 정당정치의 전면에 나선다. 사실 지난 21대 총선의 후보 충원에서도 이미 이런 홍위병 정치의 분위기가 반영됐다. 21대 국회 개별 정치인들의 품격 저하를 거론할 만했다. 국회가 정당정치의 대리전 무대가 되고 있는 한국 의회정치 구조에서 이런 홍위병식 정당정치의 폐해는 국회에 그대로 반영됐다.


국민의 보편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경쟁하는 의회정치가 아니라 상대 세력을 무너뜨리는 격투 무대가 됐다. 국민 신뢰도에서 늘 최하위였지만 더 추락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기관 평가 자료에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로 24%였다. 국회 다음으로 불신받는 검찰, 법원의 45~47%에 비해 20% 이상 차이가 났다. 압도적 불신이다. 지난해 12월 NBS 조사에서는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15%로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에 종속된 국회 구조를 만들고 있는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한계가 근원에 있다. 그러나 유사 종교화된 선무당식 정당정치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과거에는 국회의원의 품격을 벗어난 행태들에 대해 적어도 겉으로나마 부끄러워하고 제어하려는 기제들이 작동했다. 중진 정치인들이 그런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몇몇 중진 정치인들이 앞장서 홍위병을 격려하며 이끌기도 한다. 당내 개혁 동력을 만들었던 예전 초선들의 모습 또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드물게 제기되는 개혁 요구는 유사종교적 광기에 의해 제압당한다. 자주 나서는 일부 초선의원들은 실언과 부적절한 행태를 이어가면서 소속 정당과 한국 정치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의원들이 굳이 ‘임금에 발탁된 뛰어난 선비’를 의미했던 ‘선량’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성이 약한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위험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가 낮은 품격으로 국민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본령은 정당 카르텔의 조직원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이익을 대변하는 헌법적 대의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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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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