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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호흡과 떨림이 있는 '진짜 바둑'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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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개막
코로나 이후 한국 세계대회 첫 대면대국

[수담(手談)]호흡과 떨림이 있는 '진짜 바둑'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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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는 한국 바둑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 기전은 사실상 ‘반쪽 대회’로 열렸다.


컴퓨터 모니터와 영상으로 상대를 마주하는 온라인 세계 대회. 분명히 정식 대국인데 예전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어색하고 허전한 장면이다. 감염 문제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이 제한된 환경을 고려한 조치였다. 2019년 코로나 충격 이후 대면(對面) 대국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프로 바둑기사가 온라인 대국을 하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다만 대면 대국으로 진행해야 할 기전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3000년을 헤아린다는 바둑 역사의 권위와 전통을 고려한다면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대면 대국을 하기 어려운 환경은 아쉬움의 대상이다. 바둑의 묘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였다. 바둑은 흑과 백의 착점을 토대로 돌의 흐름이 결정된다. 치열한 수읽기를 통해 생과 사의 운명이 좌우된다. 승자는 결국 집의 수를 헤아려 결정한다. 하지만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다. 승패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다양하다.


상대의 호흡과 표정 변화, 착점할 때 생겨나는 돌의 울림까지도 바둑의 흐름을 결정하는 정보다. 상대 손이 떨리지는 않는지, 돌의 울림이 단단하고 묵직한지도 심리 상태를 가늠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바둑도 정신력이 중요하다. 평정심을 토대로 자기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돌부처’로 불린 이창호 9단의 포커페이스는 중요한 무기였다. 당황하는 모습을 노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중요한 정보 하나를 놓치게 된다. 그런데 세계 메이저 대회가 온라인으로 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상으로도 상대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직접 눈앞에서 상대를 보는 것과 영상으로 전하는 장면을 접하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기에 열린 세계 바둑 대회를 반쪽 대회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담(手談)]호흡과 떨림이 있는 '진짜 바둑'이 다시 시작됐다 28일 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개막식이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렸다. [사진제공=한국기원]


그러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바둑의 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상대의 호흡과 돌의 울림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진짜 바둑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 변화의 서막은 지난 28일 시작된 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다.


한국 주최의 세계 바둑 대회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대면 대국이다. 내년 1~2월까지 이어질 LG배는 바둑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긴 채 대장정에 돌입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각국 선수단이 직접 참석해 개막을 축하했다. 세계를 호령하는 바둑 고수들이 한국에 모였다.


29일 열린 본선 24강전에서는 각국 선수들이 반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대면 대국을 벌였다. 이날 본선 24강 통과자는 시드를 받은 8명과 함께 16강전을 벌인다. 31일 16강전은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을 비롯해 한국 기사 7명, 중국 기사 7명, 일본 기사 2명이 참여했다.



다시 시작된 대면 대국의 시대. 세상이 정상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바둑도 이제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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