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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딸들을 위해 바다를 건넌 기생 곤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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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딸들을 위해 바다를 건넌 기생 곤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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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제주도의 곤생이라는 여인이 배에 몸을 싣고 뭍으로 향했다. 험한 뱃길을 떠난 것은 양반인 제주목사를 고소하기 위해서였다.

본디 그녀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딸들의 이름은 계정, 차정, 삼정으로 기생의 딸로 태어났기에 그녀들 역시 기생이 되었고, 제주도 관아에 소속된 관기였다. 그런데 이희태(李喜泰)가 제주목사로 부임해오면서 이 가족에게 비극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희태가 제주도로 내려올 때 서울에서 첩과 조카를 데려왔는데, 헌데 이 조카는 첩의 아들이었다. 이희태는 이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숨기려고 했지만, 세상 비밀들이 그러하듯 결국 동네방네 소문이 퍼지게 된다. 이희태는 소문을 낸 것이 곤생의 딸들이라 생각했고, 엉뚱한 죄를 씌워 세 딸을 매질하여 죽게 만들었다.


화가 날 순 있겠지만 고작 그런 일로 어떻게 사람을 죽이느냐 하겠지만, 놀랍게도 이희태는 그렇게 했다. 곤생의 딸들은 죽어가면서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외쳤고, 이 사건의 수사에 참여한 다른 관리들은 찜찜한 나머지 서류에 서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희태는 곤생의 딸들이 죄를 저질렀다는 가짜 서류까지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희태는 제주목사의 임기를 평온히 마친 뒤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은 잊어도 절대로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딸들의 어머니인 곤생이었다. 그리하여 곤생은 험한 파도를 건너 전라도로 왔고, 북을 두들기며 죽은 세 딸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행히 전주의 관찰사 서문유는 곤생의 호소를 적어 서울에 보고했다. 하지만 상대는 정부 고관인 이희태였다. 곤생의 사연이 왕 앞까지 도달했을 때, 당시 우의정 이유를 비롯하여 다른 고관들은 이희태의 편을 들었다. 어떻게 감히 섬의 어리석은 백성이 관리를 고소한단 말인가. 오히려 곤생을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딸들을 위해 바다까지 건너온 곤생의 사연은 임금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후임 제주목사였던 송정규는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한 끝에 이희태가 무참하게 곤생의 딸들을 죽인 정황을 밝혀냈다.


숙종 31년인 1705년, 마침내 곤생의 딸들을 해친 이희태는 감옥에 갇힌다. 그렇게 매섭게 곤생의 딸들을 죽였건만 정작 자신은 매질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온갖 횡설수설을 하다가 심문을 몇 번 받자 대번에 자신이 화풀이로 곤생의 딸들을 죽였음을 인정했다. 숙종은 이 사건이 참으로 참혹하다고 한탄했고, 신하들이 같은 양반이라고 편들어준 일도 지적했다. 그리고 이희태를 먼 변경으로 유배보냈다. 처벌이 고작 그거냐고 한다면, 이희태는 양반이고 곤생의 딸들은 천민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희태가 불과 몇 년 뒤 ‘정치를 너무나도 못하는’ 수령들의 리스트에 이름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귀양에서 풀려난 것은 물론 또 벼슬까지 한 모양이다.


제주도의 한갓 천한 기생이 전 목사였던 양반을 감옥에 처넣고 죄를 물었다. 물론 복수를 한다 해도 죽은 딸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으나 생때같은 자식 셋이 죽어간 그 억울함을 품고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었겠는가. 조선왕조실록의 표현 그대로 "필부의 억울한 것이 조금 풀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곤생의 모험은 가치를 지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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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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