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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되살아나는 연탄가스 중독의 악몽

수정 2022.11.21 14:28입력 2022.11.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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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까지 매년 수백명 목숨 앗아가던 일산화탄소
21세기에도 캠핑중 난로, 버너 사용으로 사망 발생
중독되면 고농도 산소 치료 외 답 없어…밀폐된 공간 화기 사용 안해야

[발언대]되살아나는 연탄가스 중독의 악몽 이덕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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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캠핑용 텐트나 차박용 자동차에서 취사나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화기(火器)를 사용하던 중에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장기간 방치해두었던 가정용 가스보일러도 문제다. 연통이 막히거나, 연결부위가 느슨해져 사고가 발생한다. 방심하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최소한의 상식만으로도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정말 안타까운 사고다.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무색·무미·무취·무자극의 기체다. 산소보다 친화력이 240배나 더 큰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단단하게 달라붙어서 세포의 산소 공급을 차단해버린다. 두통·메스꺼움·구토·이명·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농도의 산소로 곧바로 증상을 치료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낯선 일이 아니다. 취사·난방용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의 ‘연탄가스 중독’이 바로 일산화탄소 때문이었다. 연탄의 열기로 직접 구들장을 가열하는 재래식 온돌을 사용하던 1960년대 말까지는 누구나 상시적으로 연탄가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심지어 여름철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밥을 짓고, 국·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는 일에도 연탄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해독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산소치료기’를 갖춘 병원을 찾지 못하면 방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요행을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매년 수백 명의 사람이 연탄가스에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연탄가스의 공포를 극복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재래식 온돌을 걷어내고 동(銅)파이프를 통해 뜨거운 물을 순환시키는 ‘새마을 보일러’를 개발한 덕분이었다. 전력 사정이 좋아지면서 굴뚝에 연탄가스를 강제로 배출시켜주는 ‘연탄가스 배출기’를 설치하는 가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하루 서너 차례씩 연탄을 교체하는 불편과 위험은 여전했다. 다행히 석유(등유)·LPG(액화석유가스)·LNG(액화천연가스)의 등장으로 연탄가스 중독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탄소가 포함된 연료를 연소시키면 언제든지 일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작·숯·연탄·석유·LPG·LNG·알코올이 모두 그렇다. 특히 실내에서 연료를 연소시키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어서 불완전 연소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누적되는 속도도 걱정해야 한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창문을 열어두거나, 환풍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물론이고, 크기 작은 부탄가스 히터나 휴대용 버너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캠핑용 텐트나 차박용 자동차에서는 절대 화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크게 믿을 것이 못 된다.


가정용 가스보일러도 조심해야 한다. 가스보일러는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설치해야만 한다. 연통이 막히거나 연결 부위에 틈새가 생기지 않았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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