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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비테크와 e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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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비테크와 e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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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가족 명의로 새로 ID를 만드신 뒤 중복 사용이 가능한 첫 구매 쿠폰과 가정의달 특별 할인 쿠폰을 발급받아 주세요. 현대·신한카드 3% 청구할인을 더하면 최종 가격은 23%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인증샷 첨부합니다."


MZ(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같은 ‘똑똑하게 잘 사는 법’에 대한 팁 공유가 줄을 잇는다. 카드 잘 만드는 법, 쿠팡과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잘 이용하는 법 등을 비롯해 옥션,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 각종 e커머스 업체들의 할인 혜택들을 잘 조합해 최저가 중의 최저가를 만드는 방법들이 매일같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가끔 고가의 IT기기나 가구에 적용되던 할인 쿠폰이 다른 상품에도 적용되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그야말로 인터넷이 난리가 난다. 예상 외의 높은 할인 폭에 너도 나도 달려가 구매하고 순식간에 품절돼 버린다.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소비테크의 일면이다. 광풍 같던 구매 열풍이 끝나면 "필요없지만 싸서 일단 샀다"는 고백과 증언들이 이어진다. 그 밑의 댓글에는 "대란 버스 못 탔는데 양도해 주실 분"이라는 글이 줄을 잇고 당근마켓을 비롯한 중고 e커머스 서비스에는 포장을 뜯지도 않은 제품들이 되팔린다.


과거 한 달 내내 쌓인 스트레스를 월급날 백화점으로 향해 소비하며 풀어내던 행위는 이제 하루에도 몇 번씩 온라인 쇼핑몰들의 상품을 구경하고 할인쿠폰을 먹여보며 최저가를 만들어 내는 유희로 바뀌었다. 전자가 4050세대라면 후자는 MZ세대의 소비 행태다.


소비가 하나의 놀이문화가 되면서 겉으로 보이는 최저가는 무의미해졌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매번 최저가 경쟁에 나서도 소비자들은 시들한 이유 중 하나다. 단순히 구매 버튼을 눌러 최저가에 상품을 사는 것보다 소비자들은 쿠폰, 카드 청구할인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나만의 최저가’를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성취감과 재미를 느낀다.


여기에 더해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품을 받고 있다. 일단 눈에 든 물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고 맘에 안 들면 반품하라는 뜻이다. 충동구매 시 느끼는 쾌감이 반품할 때 드는 상실감보다 크다 보니 e커머스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올해 1분기 120조원(약 1085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e커머스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44%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조9000억원(약 81억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배 이상을 기록했다.



1분기 아마존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더 빨리 변화하기 시작했고 1년 새 이미 세상은 바뀌었다. 비대면(언택트) 트렌드는 한시적인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아마존은 실적으로 입증해냈다. 국내 유통업계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온오프라인의 시너지 연계, 효율성 강화를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비의 즐거움을 어떻게 되찾아 줄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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