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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동차와 디지털 특이점의 공통분모

수정 2021.03.02 14:00입력 2021.03.02 14:00
[시론] 자동차와 디지털 특이점의 공통분모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디지털 격변이 진행되는 와중에 100여년전 미국 뉴욕 맨하탄 5번가의 부활절 아침을 촬영한 사진 2장이 유명세를 얻었다. 1901년 도로를 메운 마차들 사이에 자동차 1대가 홀로 달린다. 12년이 지난 1913년에는 자동차 행렬 속에서 마차는 자취를 감추었다. 1901년 태어난 아기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1913년에 길거리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는 당시 뉴욕에서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운송사업 종사자들은 순식간에 성공과 실패, 생존과 몰락으로 운명이 갈리던 시간이었다. 실제로 마차 제조기업과 마부들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붉은 깃발법’을 선례로 자동차 통행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이는 런던 도심을 운행하는 자동차는 60야드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을 뒤따라야만 하는 규제법이었다. 급기야 1900년 뉴욕에서는 마부들을 중심으로 ‘안전한 마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위험한 자동차’의 도로주행을 규제하라는 시위가 발생했다.

마부들의 생존권을 내세운 격렬한 시위를 마차 제조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윌리엄 듀런트(William Durant, 1861~1947)는 달랐다. 그는 1886년 25세에 마차제조회사(Flint Road Cart Company)를 설립해 미국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가였다. 자동차는 심한 매연에 시끄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우지도 않았고 산업자체의 전망에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시위를 목격한 듀런트는 오히려 자동차 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감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1904년 초창기 자동차 회사였던 뷰익(Buick)을 인수해 경영하면서 산업을 이해한 후 1908년 GM (General Motors)을 설립했다.


GM과 함께 20세기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포드자동차도 같은 시기인 1903년 설립됐다.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천재적 엔지니어로서 마차가 지배하는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면 듀런트는 기득권의 대표주자였다. 그럼에도 듀런트는 현재의 거리를 달리는 마차에 함몰되지 않고 미래의 자동차로 시야를 확장했다.

100여년 전은 운송산업의 주력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격변기였다. 마차 관련산업의 수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서든 데스 (Sudden Death), 갑작스러운 파국을 겪었고 동시에 자동차 분야의 신생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갔다. 요즘 표현으로 단기간에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는 특이점의 시대였다.


시장과 고객의 본질을 통찰한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1925~2005)은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에서 마차와 자동차가 상징하는 격변을 언급했다. "자사의 특정제품에만 관심이 제한돼 제품의 진부화를 보지 못한다. 마차용 채찍산업이 전형적 사례이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제품개량에 아무리 노력해도 사양산업이 된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사업을 채찍제조업이 아닌 운송관련업으로 규정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 항상 필요한 것은 변화다. 만약 사업을 이동에너지에 자극이나 촉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했다면 자동차의 팬벨트나 공기필터 제조업으로 변모했을지도 모른다."


GM 창업자의 변신은 DX(Digital eXchange)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격변기에 즈음해 기존 시각을 탈피해 사업의 본질을 재정의하라는 교훈이다. 그는 마차를 제품이 아닌 운송수단으로 보았기에 마차의 동력원인 말을 대체하는 자동차의 엔진을 동일한 연장선에서 이해했다. 하지만 마차와 자동차라는 구분된 제품개념에 매몰됐던 동종 사업자들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는 수많은 아날로그 사업자들은 기존의 협소한 제품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고객관점에서 사업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방향성이 보인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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