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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따로 또 같이 : 코로나 시대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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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따로 또 같이 : 코로나 시대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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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때문이었을까.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재촉하는 가을은 반갑지만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은 편치만 않다. 지난 학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비대면(언택트) 강의의 재미와 효과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주변에 일상생활의 제약 때문에 느끼는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며 감염을 두려워하는 일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우리 사회 곳곳에 가져온 사상 초유의 어려움은 자명하지만 이 시기를 견디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 자신이 혼밥, 혼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요즘은 회식이 그립다.' 누군가 남긴 댓글에서처럼 비대면 소통이 제한되고 박탈된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적 동물임을 자각하고 있다.


'Alone Together(따로 또 같이)'. 현재의 사회적 관계를 생각하며 매사추세츠공대(MIT) 셰리 터클 교수의 저서가 떠오른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은 디지털 사회에서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지만, 오히려 진정한 관계와 소통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해 급격히 성장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관계는 자기중심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온라인 '친구'는 공감과 소통의 대상이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확인해주는 관중이며 관계는 내 중심으로 판단되고 결정된다.


줌(Zoom)과 같이 다양한 원격회의와 비대면 강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매체 풍부성(Media Richness)' 개념도 떠올랐다. 우리가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풍부한' 방법은 대면이다. 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화상 강의가 가능하지만 많은 학생의 표정, 몸짓, 음성 등을 통해 정확히 소통하기는 어렵다. 흥미롭게도 올해 4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뉴욕타임스'는 줌으로 대표되는 실시간 화상 소통 프로그램이 오해, 소외, 단절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이러한 소통이 대면 방식의 대화를 재연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컴퓨터 화면과 음향 전송의 지연, 왜곡 등으로 인해 부정확하며 의식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은 더욱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케 한다. 각자 홀로 있지만 사회적으로 함께 유대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는 '따로 또 같이'가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관계와 소통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터클 교수의 2016년 저서 'Reclaiming Conversation(대화의 회복)'은 피상적인 연결을 대화로 착각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항상 연결돼 있으나 감정 교류와 소통은 부재할 수 있으며, 어려서부터 디지털로 매개된 소통에 익숙한 세대는 대화와 공감 능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결국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에도 집중하며 의사 교환하는 대면소통은 디지털 기술이 보완할 수 있지만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돼 강의실에서 마스크 안 쓴 학생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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