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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행복한 사람은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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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행복한 사람은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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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당신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이 있는가? 당신을 볼 때마다 울화를 터뜨리고 분노에 눈이 먼 사람이 있는가? 당신이 누군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또는 받은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을 한 번 떠올려보자. 그들은 행복한 사람이었는가?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보다는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왕따시키거나 괴롭힐 확률이 높다.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부하직원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적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또다른 약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의 부정적인 말이나 에너지에 휩쓸려 분노, 원망, 집착 같은 감정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그들을 애써 이해하거나 용서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하잘것 없는 사람이 내 인생을 짓밟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우선 그런 사람들을 멀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해보자. 우선 대화를 나눌 때 절대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비난하지 말자.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부장님, 지금 저에게 화내시는 건가요?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고 상황을 확인시켜주면 상대방도 머쓱해질 것이다.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어조로 "기획안은 4시에 드리기로 이미 말씀드렸으니 빨리 달라고 화를 내실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라고 얘기해보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순간 움찔하면서 사과할 것이고 다음에 화를 낼 때는 한번 더 의식할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만약 그가 직장 상사라면 그 위의 상사에게 정중하게 상담을 요청하고, 교사라면 부모님이나 다른 교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단 이 상황에서는 대단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 자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감정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받고 글도 써보면서 차분히 생각을 다듬어보자.


내가 영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샐리라는 선배가 있었다. 직속 상사도 아닌데 마치 나를 비서 부리듯이 허드렛일을 시키고 변덕스럽게 업무를 몇 번이고 다시 하게 했다. 거기에다 매사에 상대방을 비꼬고 공격하는 말투로 일관했다. 그녀 때문에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기분이 나빠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나는 상사에게 이야기했고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 당장은 샐리가 중요한 프로젝트 몇 개 때문에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후배인 수영이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단 팀 전체를 위해서 샐리를 도와주고 그 프로젝트들이 끝나면 다시 얘기해보자." 나는 그의 대답이 실망스러웠지만 일단 그녀와 함께 맡은 프로젝트들을 빨리 끝내기로 결심하고 그녀를 최대한 도왔다.


그러던 중 우리 사업부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나는 800만 달러의 매출을 책임지는 카테고리 매니저로 승진했고, 그녀는 내가 요청하는 브랜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위치로 입장이 바뀌었다. 상사는 내가 험담만 하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대로 팀워크를 우선시한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나는 우연히 그녀가 나이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사와 똑같은 서른다섯 살인데 서른한 살이라고 속였던 것이다. 동갑내기 상사 밑에서 한참 낮은 대우를 받는다는 콤플렉스와 어떻게든 빨리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닦달해온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객관적인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보면 그들은 측은한 사람들이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며 어리석게 살다니 불쌍하지 않은가? 저런 사람이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가로채지 않고 엑스트라로 강등시키자. 그리고 내 인생이라는 멋진 영화의 스토리에 집중하자. 내가 원하는 내 인생은 어떤 스토리로 흘러가면 좋겠는가?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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