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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샌드위치 백작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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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샌드위치 백작의 오판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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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음식으로 알려진 샌드위치의 유래와 관련해 늘 등장하는 인물이 샌드위치 백작이다. 도박 중독자였던 샌드위치 백작이 음식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만든 간편식이 그의 이름을 딴 샌드위치가 됐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 샌드위치의 아버지로 알려진 존 몬태규(John Montagu) 샌드위치 백작은 도박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샌드위치 백작가문은 대대로 영국해군의 요직을 맡아온 군인집안이었고, 4대 백작 자리를 물려받은 존 몬태규는 18세기 영국의 저명한 해군성 장관이었다. 도박이 아니라 늘 격무에 시달리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만든 음식이 샌드위치였던 것이다.


그는 매우 성실했던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장경험은 없었지만 공무원으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줘 해군성 장관을 세 차례나 맡았다. 주로 재무상의 문제나 회계상의 오류, 탐험대에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일에 열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질랜드와 남극, 하와이제도 등 태평양 전역의 탐험가로 유명한 제임스 쿡 선장도 샌드위치 백작의 지원하에 탐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와이제도의 당시 영국명칭은 샌드위치 제도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무능한 도박중독자란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그가 보여준 최악의 오판 때문이었다. 샌드위치 백작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스페인과 프랑스가 미국 편을 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양국의 해군 전력을 우습게 여겼고, 초기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쟁경험이 풍부했던 그의 수하 제독들이 카리브해에 잔존한 스페인과 프랑스 연합함대부터 선제공격해 유럽 전선으로 합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묵살했다.


그로 인해 영국 함대의 주전력은 영국 본토 방어에만 치중하게 됐다. 그 사이 카리브해에 있던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함대는 아무런 방해 없이 유럽에서 집결하는 데 성공했고, 수적으로 영국해군보다 우세하게 됐다. 결국 영국 해군은 유럽 내에서 제해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지만, 샌드위치 백작은 오히려 정보조작을 시도해 전황이 유리한 것처럼 정부에 보고했다. 결국 그는 군법재판에 회부됐다.



가문의 배경과 정치적 연줄 덕분에 사형은 면한 그는 결국 1782년, 영국이 미국 독립전쟁에서 참패하고 평판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나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도박꾼이란 루머는 이때 생겨났다. 만약 그가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지 않고 현장 경험이 많았던 수하들의 의견을 반영해 움직였다면 샌드위치는 무능한 도박꾼이 아닌 성실한 공무원의 음식으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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