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종우의 경제읽기] 위기극복 위한 저금리 정책, 경제 발목 잡는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5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저금리 장기화 금융불안 우려
2020~2023년 글로벌 채권시장
마이너스 금리 20% 차지
2~3%대 비중은 10% 불과

세계 부채총액 250조달러
금융완화 영향… 매년 늘어

中 금융기관 13.5% '고위험'
기업부채 10년새 5배 증가
3차 버블 붕괴 현실화 땐
신흥국 기업이 시발점 될 것

[이종우의 경제읽기] 위기극복 위한 저금리 정책, 경제 발목 잡는다
AD


내년 경제 전망을 읽다 보면 두 가지 부분이 눈에 띈다. 하나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거란 전망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대 초반, 우리 경제성장률은 2.0%조차 넘지 못할 걸로 예상되는 반면 내년은 세계 성장률이 3%대 중반, 국내는 2%대 초반까지 올라갈 걸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위기 가능성이다. 연구 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위기 부분이 대부분 빠져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위기를 얘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유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안과 자산 버블을 들고 있다. 2020~2023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의 비중이 20%를 넘는 반면 2~3% 금리를 지불하는 채권은 10%가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낮은 금리로 대출이 포화가 된 상태에서 금리를 더 낮춰 또 한번 신용창출을 일으킬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블룸버그가 국제금융협회(IIF)ㆍ국제결제은행(BIS)ㆍ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 총액은 250조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 가까이 되는 수치인데 세계 모든 사람들이 1인당 3만2500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 된다. 1999년 83조9000억달러였던 해당 수치가 2004년 126조1000억달러, 2009년 186조달러, 2014년에는 215조1000억달러로 증가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255조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부채가 늘어난 건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금융 완화 정책의 영향이 컸다.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까지 낮추자 대출이 늘어났는데 그 영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특히 높은 지역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을 꼽는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2019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금융기관 4379개 중 13.5%에 해당하는 586개가 고위험 등급에 속해 있다. 지방은행의 비중이 특히 높은데 지난 5월 네이멍구에 있는 바오상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국유화된 이후 중국의 중소 은행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중국 정부가 대형 국유기업인 톈진물산집단이 발행한 12억5000만달러어치의 달러채권에 대해 투자자들도 최대 64%의 손실을 봐야 하고 이자의 대폭 하향조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대해 부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국유기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무조건에서 선택적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책 변화까지 더해져 부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위기극복 위한 저금리 정책, 경제 발목 잡는다


신흥국 부채 버블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계속 나왔던 문제여서 그만큼 신흥국들의 부채구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2008년 4조달러였던 중국의 기업부채가 지난해 19조8000억달러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8%였던 중국의 부채 비율이 2022년에 290%가 될 거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선진국에서 부채가 크게 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신흥국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몰렸는지 알 수 있다.


신흥국 부채가 늘어난 건 기업의 영향이 컸다.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조사에 따르면 신흥국 GDP 대비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38%에서 2014년에 90%로 52%포인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77%에서 87%로 10%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다섯 배나 빠른 속도다.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상당 부분이 원유를 비롯한 자원 생산에 투입됐다. 다른 산업은 기반이 취약해 투자 대상이 되지 못했던 반면 원자재는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투자 당시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던 유가가 지금은 50~60달러대로 떨어져 원자재 관련 기업들이 저수익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건데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종우의 경제읽기] 위기극복 위한 저금리 정책, 경제 발목 잡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경제는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큰 파열음이 났다. 1차 부채 버블 붕괴는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로 표면화됐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가계 부채가 원인이었는데 2000년 IT버블 붕괴와 이듬해 9ㆍ11테러를 계기로 기준 금리를 1.0%까지 인하하자 자금이 대거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채 버블이 시작됐다. 집값 상승으로 버블이 커졌고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가 위기로 발전했다.


2차 부채 버블은 유럽에서 발생했다. 국가 부채가 문제였는데 경제 여건이 다른 여러 나라를 하나의 통화로 묶다 보니 국가간 불균형이 생겼다. 여기에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이 자기 나라로 넘어오는 걸 막기 위한 재정 투입이 더해지면서 유럽에서 국가 부채 버블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2011년에 그리스를 중심으로 남부 유럽 국가에서 재정 위기가 발생했다. 만약 새롭게 위험이 발생해 3차 부채 버블 붕괴가 현실이 된다면 이번에는 신흥국 기업 부채가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저금리로 인한 부채 버블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나왔던 얘기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극단적 수준까지 낮춘 정책을 펼쳤는데 이 정책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해 위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부채 버블 붕괴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비가 쉽지 않다. 위기에 대비하는 정책이 경기를 압박해 거꾸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대비책의 전부다.


지금도 선진국 정부는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금융 완화 정책을 쓴다.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즉각적 효과를 보는 데 금융 완화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한 어떤 대비책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부채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저금리 정책을 통해 거꾸로 부채를 늘리는 건 맞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