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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국 IT기업, 후계자를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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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국 IT기업, 후계자를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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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 일선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페이지와 브린은 두 사람 다 1973년생으로 올해 46세다. 한국으로 치면 한참 일할 나이이지만 그들은 떠났다. 후임으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 CEO를 맡는다.


'늑대경영'을 주창한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도 45세가 되면 회사를 떠나 창업하라고 직원들에게 권유한다고 한다. IT세계에서 45세가 되면 개발자가 아닌 기업가로 살아야 한다는 취지다. 구글과 화웨이, 두 기업 창업자가 기준으로 삼는 나이가 공교롭게도 45세 전후로 비슷하다.


기업도, 국가도 후계자를 잘못 선정해 몰락의 길로 접어든 사례는 너무나 많다. 로마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후계자 지명에 실패해 로마를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은 로마다. 로마의 전성기는 11대 황제 도미티아누스의 사후 등장하는 다섯 명의 황제, '오현제(五賢帝)'의 시대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오현제가 통치한 시대를 '인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대'라고 극찬했다. 현제(賢帝)가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나 연이어 등장했던 것은 독특한 후계자 선정 방식 덕분이었다. 오현제는 혈통에 의한 승계가 아닌 양자 제도를 통한 후계자 선택의 산물이다. 황제가 될 만한 그릇을 발견하면 조기에 양자로 입적시켜 황제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훈련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가 범한 치명적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혈육의 정에 못 이겨 자신의 친아들인 코모두스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준 것이었다. 코모두스부터 로마의 몰락은 시작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00년대에 IT강국의 신화를 이룩한 한국의 창업자들도 이제 서서히 노쇠해 가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1966년생,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이 1967년생으로 이들은 50대 중반에 접어들어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넥슨의 김정주 회장,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50대 초중반에 걸쳐 있다. 구글 창업자 기준으로 본다면 은퇴 시기에서 7, 8년은 지난 나이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의 세계에서 50대가 10대, 20대의 정서와 애증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제 겨우 유튜브에 적응한 50대가 틱톡이라는 8초짜리 '움짤'을 가지고 노는 10대 취향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는가. 나이는 숫자이지만 그렇다고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T 창업자들이 후계자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이해진, 김범수, 김정주 등 창업자 대부분이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거나, 물려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어떤 리더를 선택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후계자가 생겼다면 어느 날 홀연히 은퇴를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전 타계한 대우 김우중 회장처럼 은퇴 후에는 미래의 청년을 위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말이다. 하지만 수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조차도 승건, 태, 치라는 세 아들을 놓고 갈등과 번민을 거듭해야 했다. 황태자가 된 것은 장남인 승건이었으나 방탕했고, 이세민이 둘째인 태로 황태자 교체를 고려하자 자객을 시켜 이세민을 암살하려 했다. 결국 이세민도 아우렐리우스처럼 가장 못난 셋째 아들 치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세민도, 아우렐리우스도 실패한 후계자 선정. 과연 한국의 IT 창업자 중 누가 후계자 선정에 성공하는지, 그리고 기업이 생존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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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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