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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수출노하우] 젊은피를 수혈하는 日 택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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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수출노하우] 젊은피를 수혈하는 日 택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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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고용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대졸 취업내정률 98%, 완전실업률 2.2%, 구직자 1인당 구인건수 1.61로 실질적인 완전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우리로서는 부러워할만한 일이지만, 이면에서는 일손 부족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 특수 등으로 고객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택시업계는 인력난이 심각한 대표적인 분야다. 최근 10년 사이 일본 택시 운전기사 수는 총 7만명이 감소했다. 택시 회사들은 보유하는 차량의 운전기사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 택시 가동률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한편 택시 운전기사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일본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인데 비해 택시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60세에 육박하고 있으며 70세 이상도 흔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택시업계 3위 기업인 코쿠사이지도오샤(?際自動車)가 최근 수년 동안 대졸 신입사원을 정규직 운전기사로 대거 채용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17년에 150명 이상을 채용하는 등 2012년까지 10명에 불과했던 대졸 신입사원은 지난해 4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택시 운전기사를 '마지막 직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코쿠사이지도오샤는 매력적인 근로 조건을 통해 젊은 인재를 유치한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초임 평균은 월 약 20만엔 수준인데, 코쿠사이지도오샤는 입사 후 일정기간 월 32만엔의 최소 월급을 보장해준다. 택시 운전기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영업 실적에 따른 보수 차이가 큰데, 이 기업에서는 수완이 좋은 운전기사의 경우 입사 2~3년차에 연봉 700만엔 이상을 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이 기업의 택시 운전기사는 주간근무, 야간근무, 격일근무의 세 가지 근무 형태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원과 달리 자신의 생활 스타일에 맞춰 근무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여성의 생애 근로가 일반화되면서 생애 주기별로 유연한 경력 선택을 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이 사회적으로 중시되고 있다. 코쿠사이지도오샤의 탄력적인 근무 형태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주목받으며 최근 5년 사이 여성 운전기사가 5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독특한 인사 운영도 코쿠사이지도오샤가 많은 대졸 신입 직원을 채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지역별로 약 100명의 운전사를 총괄 관리하는 '반장' 직책에 젊은 직원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아버지뻘 운전기사가 후배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단순히 연령순, 연공 서열로는 조직관리가 어렵다. 열기와 포부가 높고 능력이 있는 젊은 직원에게 통솔 역할을 맡김으로써 사기를 높이고, 사회성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코쿠사이지도오샤의 적극적인 대졸 신입직원 채용이 큰 이목을 끌면서 일본 택시 업계 전반에 '젊은 피'를 수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2위 기업인 니혼코오츠우(日本交通) 역시 2017년 대졸 신입사원을 150명 채용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을 운전기사 업무에 투입한 바 있다. 중견 택시 기업인 야마토지도오샤(大和自動車)도 2017년 이후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기존 대비 6배 확대했다.


청년 취업난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한 기업의 근로 환경 개선 노력으로 일본에서 많은 젊은이가 대표적인 '생애 마지막 직업'이었던 택시 운전수에 종사하게 된 현상을 접하며, 우리도 업계의 근본적인 여건 개선을 통해 기존에는 청년 일자리로 보기 어려웠던 분야를 선택지의 하나로 끌어올릴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일본 택시업계 움직임의 배경(인력난)은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취업난)와 정반대지만, 한국 사회에도 분명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고충성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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