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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빨강머리 앤, 행복은 상상할수록 가까이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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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이종길의 가을귀]빨강머리 앤, 행복은 상상할수록 가까이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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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앤(2009)'은 버지 윌슨이 쓴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앤 셜리가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초록색 지붕 집에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섯 살 셜리는 조애너 아주머니 집에 얹혀살며 또래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도 한다. 고된 하루하루가 반복되지만 언젠가 행복이 자기를 좋아할 거라며 삶을 긍정한다. "지금 이 세상 누군가에게 행복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언젠가 나에게도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


셜리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다. 숲속에 은둔해 지내는 달걀 장수 에그맨. 마을 사람들은 긴 머리와 부얼부얼한 턱수염 때문에 그를 마법사라고 부른다. 셜리는 그의 집에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란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득한 벽. 책상 위에는 다양한 책들과 타자기, 망원경 등이 있다.


셜리는 눈물까지 흘리며 첼로 연주에 몰두하는 에그맨을 몰래 훔쳐본다. 야수로 변한 왕자를 상상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더는 만날 수 없게 돼 숲속에서 죽은 듯 숨어 지내는 것 같다며. 에그맨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건 고독이란다."


[이종길의 가을귀]빨강머리 앤, 행복은 상상할수록 가까이 오는 것 '안녕 앤' 스틸 컷


고독이 끝나는 건 그걸 알아보는 친구가 생기는 순간이다. 셜리와 에그맨은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며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지우기 시작한다. 에그맨은 돈 많고 화려했던 과거보다 숲속에 혼자 있는 지금이 더 평온하다고 말한다. 어딘가 심하게 망가져 숨어 살던 그가 훗날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랑(핸더슨 선생님)을 만나는 곳도 숲속이다.


오는 21일부터 판매되는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셜리의 목소리를 빌려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하면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따뜻한 조언은 성인인 에그맨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그에게는 사랑했던 연인을 동생에게 빼앗긴 슬픈 과거가 있다. 그 때문에 숲속으로 숨어버렸지만, 셜리와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이종길의 가을귀]빨강머리 앤, 행복은 상상할수록 가까이 오는 것 '안녕 앤' 스틸 컷


"시라는 건 시인의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야. 읽은 네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지. 셜리, 네가 우리 집에 달걀을 사러 올 때마다 단어를 가르쳐주마."

"근데 왜 저한테 잘해주시는 거예요?"

"난 상상력의 편이란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고통과 슬픔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무리 다짐해도 몇 번씩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어른이 돼서도 넘어지고 배워야만 무성한 거목으로 자랄 수 있다. 백 작가는 에그맨과 셜리 모두 서로의 고독을 알아보며 그 뿌리를 내린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희귀하고 실패는 흔하다. 망한 사람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안심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여린 아이가 울고 있을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자신의 다행을 인식하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혼자 울면 외롭고, 함께 울면 견딜 만한 것이 또 삶 아닌가."


[이종길의 가을귀]빨강머리 앤, 행복은 상상할수록 가까이 오는 것 '안녕 앤' 스틸 컷


컵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그걸 주워 담고 쏟아진 물을 닦는 지금이 없다면 미래는 허상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지금 이 순간 내게 있는 것이다. 백 작가는 어린 셜리에게서 그 진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순간마다 살아 있을 수 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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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공기처럼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지만 사라진 뒤에야 기억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깊은 내 어둠을 잠재워줄 존재는 그러므로 이미 내가 아는 것들, 내 안에 존재했던 것들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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