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시계아이콘02분 3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탄생 100년 영화, 반백년 소품의 위기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한국 영화사에 남을 수많은 영화에 쓰인 소품들이 폐기 위기에 몰렸다. 기관이 나서서 체계적인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10월 폐관 남양주종합촬영소 '서울영화장식센터'...57년 소품지기 김호길 대표

1800여종 40만점 제작 및 수집...'국제시장'·'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 200편 시대 고증 담당

영진위, 부산에 새 둥지 틀면서 소유권 넘겨 곧 운영 종료...창고 이전비만 1억 이상, 영화 기록·유산 보관 막막


남양주종합촬영소 서울영화장식센터 입구에는 낯익은 용상(龍床)이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에서 하선(이병헌)이 광해인 척 흉내 내며 정무를 보는 평상이다. 금색으로 도배돼 위엄이 느껴진다. 하선에게는 임금에 걸맞은 품위를 부여한다. “전하, 사대의 명분을 저버리고 오랑캐에게 손을 내밀다니요.”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길래, 2만의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용상에 가장 먼저 앉은 배우는 '연산군(1987년)'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이대근이다. 김호길 서울영화장식센터 대표는 "연산군을 폭군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으로 조명한 영화다. 심오한 뜻을 담기 위해 당대 최고 목수들을 데려와 만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제작하고 수집한 소품은 1800여종 약 40만점. 57년 동안 영화 200편에서 소품을 맡았다. 창고는 진귀한 물건으로 가득하다. 김 대표는 "소품이 아니라 명품"이라고 했다. "임권택, 이장호 등 고증을 꼼꼼하게 하기로 유명한 감독들과 작업하느라 하나같이 신경을 많이 썼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했고, 정 구하지 못하면 최대한 똑같이 만들었다."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의사 안중근(1972년)'의 쌍두마차가 대표적이다. 지붕부터 수레까지 설계했다. 영화에서 안중근(김진규)이 집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때 사용한다. 니콜라 빌렘 신부와 대화할 때 강직한 신념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상해에는 임시정부가 섰다지요.” “네, 저는 그쪽이 아니고 블라디보스크로 가는 길입니다. 거기는 소련 땅이지만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다니까요.” “그렇습니다. 천주님의 가호를 빌겠습니다.”


이 마차는 'YMCA 야구단'에도 나온다. 일본군 클럽팀 성남구락부 주장 노무라 히데오(스즈키 가즈마)가 마차를 탄 아버지 노무라 히데노리(이부 마사토)에게 YMCA 야구단과 경기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녀석들은 잡힐 줄 알면서도 여기 왔습니다. 아버지는 절대 이해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 이게 바로 스포츠입니다.” “너는 역시 군인 체질이 아니구나.”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쌍두마차 옆에는 인력거 두 대가 있다. YMCA 야구단에도 나오지만 '장군의 아들(1990년)'로 더 유명해진 수레다. 극장 앞, 대로 등에 수차례 등장한다. 일제강점기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1970년대 담배 판매대가 있다. '창(1997년)'에서 사창가 슈퍼마켓 입구에 진열된 가구다. 열일곱 살 영은(신은경)이 처음 사창가에 발을 딛을 때부터 보인다. 사내들의 무자비한 길들이기로 윤락녀가 된 여성들에게 유일한 휴식처다. 이곳에서 미숙(정경순)과 추억을 곱씹던 영은은 '고향생각'을 노래한다. “사랑하는 나의 고향을 한번 떠나온 후에,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내 맘속에 사무쳐, 자나 깨나 너의 생각 잊을 수가 없구나, 나 언제나 사랑하는 내 고향 다시 갈까.”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헬멧, 군장, 소총 등 군사 소품은 따로 보관한다. 대부분 1940~50년대 물품이다. '태백산맥(1994년)', '태극기 휘날리며(2003년)', '국제시장(2014년)' 등에 나온다. '오! 인천(1981년)'에서도 볼 수 있다. '007 살인번호(1962년)', '007 위기일발(1963년)' 등을 연출한 테렌스 영 감독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조명한 할리우드 작품이다. 로렌스 올리비에, 재클린 바셋 등이 출연하지만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영 감독이 6ㆍ25 전쟁 때 한강인도교로 피난 가는 행렬을 한강에서 찍으려고 할 만큼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이 장면은 칠곡왜관교에서 재현해 촬영했다.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6ㆍ25전쟁 당시 물품으로는 초콜릿, 여행가방 등도 있다. 대부분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한다. 큼지막한 초콜릿은 이진태(장동건)가 낙동강 방어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받아오는 군것질거리다. 동생 이진석(원빈)의 군복 안주머니에 직접 넣어준다. "너 이게 뭔 줄 아니? 이게 바로 우리 진석이가 제일 먹고 싶어 했던 초콜릿이야. 초콜릿. 먹고 모자라면 얘기해. 형이 말이야. 형이 달라면 언제든지 준다고 했어."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여행 가방은 1920년대 고리짝 가방부터 1930년대 쓰인 파이버트렁크까지 다양하게 진열됐다. 김 대표는 "국내 골동품 가게를 샅샅이 뒤져도 구할 수 없었다. 설령 대여섯 개를 구해도 몇 백 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피난 장면을 해결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방배동에 있는 이조가구 주인이 중국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런 가방이 많다고 해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는 '서편제(1993년)'를 상징하는 북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 소리꾼 유봉(김명곤)이 동호(김규철)와 송화(오정해)를 각각 고수와 소리꾼으로 키울 때부터 사용하는 악기다. 김 대표는 촬영을 앞두고 네 개 준비했다. 각각 세월의 흔적이 다르게 묻어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신부터 촬영할지 몰라 새 것부터 오래된 것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한 개는 임권택 감독이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머지 북들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가 10월16일 문을 닫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소유권을 부영에 넘겼다. 입주 기업들에게 조속히 건물을 비우라고 통보한 상태다.


AD

[갤러리산책]광해 용상·서편제 북, 生死의 기로 남양주종합촬영소 영화 소품들./남양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 대표는 "1997년 영구 존치를 약속받고 터를 잡았다.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창고에 있는 소품을 옮기는 데만 1억 원 이상이 든다. 임시로 보관할 장소마저 잡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다"라고 했다. "소품은 우리 영화의 기록이자 유산이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 영화인들이 지켜줬으면 좋겠다."




남양주=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715:30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재명이네 마을'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두 사람을 강제로 퇴출했다. 현재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기폭제가 된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